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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상한 거래…문체부, '삼성 예산'도 챙겨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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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수상한 거래…문체부, '삼성 예산'도 챙겨줬나?

    삼성이 후원하는 해외 박물관에 12억여원 지원 '논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기부자 명단에 '삼성문화재단'의 이름이 적혀 있다(박물관 연간보고서 캡처)

     


    '최순실·차은택 라인'이 장악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삼성이 후원하는 해외 박물관에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비 35억원을 부담하는 대가로 정부 지원 등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 8일 삼성전자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10일 CBS노컷뉴스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에 12억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무려 10억원이 2018년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지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평창올림픽은 최씨가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휘말려 있다. 또 사업비 600억여원 규모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운영사로 선정된 곳이 바로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협약서를 보면 '5억원은 평창올림픽 개최 및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을 위해 쓰인다'고 나와있다.

    또 나머지 5억원은 '평창올림픽 개최 및 한국실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한국실 개조·보수 등에 쓰인다'고 명시돼 있다. 전시실 조명 개선과 정보 디스플레이 신규 설치, 전시실 내 디지털 매체 요소 등 구체적인 항목까지 언급돼 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있는 한국실은 지난 1998년 삼성문화재단이 200만 달러(약 23억여원), 한국국제교류재단이 300만 달러를 각각 지원하면서 5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개관 이래 한국실에서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름을 딴 '이건희 한국미술기금'의 후원으로 여러 차례 전시회가 기획·개최됐다.

    2011년 4월에는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한국 분청사기 특별전'을 열었다. 전시된 분청사기 79점 가운데 67점이 리움의 소장품이었다.

    2013년 11월 국내 문화계를 혼돈에 빠뜨렸던 '신라 특별전'도 삼성이 후원한 전시회였다. 당시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훼손을 우려해 해외 반출을 불허하다가 돌연 경질됐다.

    정부가 직접 나서면서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반가사유상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옮겨진 후에야 특별전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었다.

    당시 특별전을 후원했던 삼성전자는 TV와 태블릿 PC, 대형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을 전시장 곳곳에 설치한 뒤 언론 등을 상대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으로 꼽힐 정도로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박물관의 최근 8년치 연간 보고서를 보면 삼성은 전시회를 후원하거나, 100만(약 11억여원)~500만 달러(약 57억여원)를 기부한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이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 문체부, 산하기관에 전화해 사업 신청하라고 '종용'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 연장 입찰공고. 어느 해외박물관인지는 이름이 나와있지 않다(문체부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이 박물관에 예산이 지원되기까지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9월 인터넷 홈페이지에 '2015년 해외박물관 한국실 거점관 지원 사업 보조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해외박물관에 있는 한국실 시설을 개선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특별전 개최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사업자를 모집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체부 산하기관인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을 제외하고는 단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아 사업은 유찰됐다.

    문체부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국제교류재단 등에서 이미 6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전 세계 해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문체부는 같은 해 10월 두 번째 입찰공고를 냈고, 이번에도 유일한 신청자였던 문화재단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체부가 산하기관들을 상대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송금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는 취지로 사업 신청을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산하기관들은 사업 중복 등을 이유로 거부했지만, 문화재단은 보이지 않는 '윗선'의 압력으로 유일하게 신청서를 냈다는 것이 재단 관계자 등의 증언이다.

    재단 직원들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문체부로부터 "이런 식으로 작성하면 된다"면서 이른바 '샘플'을 받았다고 한다. 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계획서에 이름을 올리는가하면, 공모 절차 직후 담당자들도 바뀌었다고 한다.

    한 재단 관계자는 "재단 입장으로선 돈 한푼 남지 않는 사업인데 왜 참여하겠느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분위기였다"며 "컨트롤 타워는 문체부였고 재단은 국고를 박물관에 지원만 해주는 역할이었다"고 전했다.

    이 사업이 진행될 때부터 현재까지 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직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김형태 사장이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황신혜 밴드'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문화융성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해외박물관 지원 사업의 사실상 최종 결재권자인 문체부 장관은 문화융성위 위원을 지낸 차은택씨의 홍익대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장관이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쪽에서 먼저 지원 요청을 해와서 협의했던 사안이지 (삼성을 위한 예산이라는 지적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문체부가 직접 예산을 지원할 수 없는 보조사업이어서 대행사업자를 선정해야 했고, 재단 측에는 안내전화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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