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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의 '공정방송'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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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 KBS의 '공정방송' 어디로 가고 있나

    꿈쩍 않는 보도책임자들, 노조 농성장 침탈, 이사회 안건 상정 무산… 첩첩산중

    KBS 신관 (사진=김수정 기자)

     

    방송법 제44조(공사의 공적 책임)는 가장 첫 번째 항목에서 "공사(KBS)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재인 전파를 쓰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가장 핵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대목으로, 노조, 기자·PD협회 등 내부 구성원들뿐 아니라 언론·사회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KBS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사회 각 분야에서 이권을 취득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지 2달이 넘었지만, KBS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내부에서는 나라를 뒤흔든 사안의 중요성을 미리 감지하지 못하고 소극적 보도를 지시했던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와 적극적인 보도 요구를 하고 있으나 번번이 막히는 실정이다.

    ◇ '사퇴'한다더니 하루 만에 말 바꾼 보도본부장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는 보도책임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지시 때문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잘 해내지 못했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달 31일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김인영 보도본부장이 "경과가 어떻든 어떤 이유를 대든 보도책임자로서 제 책임"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 때문에 향후 KBS 보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인영 보도본부장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지난 1일, KBS 측은 "보도본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가장 크게 느낀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면서도 "새노조가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사퇴에만 초점을 맞춰 성명서를 낸 것은 진의를 크게 왜곡시킨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 역시 2일 "저와 관련해서도 한겨레 관련 '취재건의를 거부했다'며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솔직히 한 달 열흘 전 그 당시 이런 관계였다고 상상조차 못했다"고만 밝힌 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인영 본부장과 정지환 국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KBS 기자들의 바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KBS기자협회는 보도책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기자총회'를 준비했으나, 본부장과 국장 모두 불참 의사를 밝혀 결국 일정이 취소됐다.

    보도책임자들이 자사 보도 비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기자들과의 소통 노력도 하지 않는 상황. 자연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루는 방송 방향도 이전보다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정수영 간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를 추적하는 추적취재와 대통령, 청와대, 새누리당, 야당, 시민사회 등 중요 포스트들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는지 분석하는 취재 2가지를 눈여겨 봐야 하는데, 현재 후자 쪽에서 '정권 비호'와 '여야 공방 물타기' 행태가 목격되고 있다. '대통령 감싸기' 쪽으로 프레임을 짜서 현 정권에게 위기 모면할 시간을 벌어주려고 하는 기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 총회 장소 폐쇄, 천막 철거 시도… 노조 활동 '방해'도 여전

    가장 앞장서서 '공정방송'을 촉구하는 노조를 방해하는 행위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새노조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최순실 보도참사와 인사제도 개악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사측이 일찍이 출입구를 폐쇄하고 셔터를 내려버려 결국 신관 로비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KBS는 '공정방송'을 가장 소리 높여 외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노조 활동을 수차례 방해해 왔다. 위쪽부터 지난 1일 폐쇄된 KBS 본관 민주광장, 8일 KBS 신관 천막 설치 도중 몸싸움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새노조가 8일 '최순실 보도참사 책임자 사퇴', '인사개악·무능경영 고대영 심판'을 내걸고 농성에 돌입하기 위해 KBS 신관에 천막을 치려고 하자, KBS 시큐리티 소속 경비원들이 이를 저지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튿날인 9일에도 사측의 천막 철거 시도는 계속됐다. KBS 사측은 신관에 설치된 천막을 걷어냈고,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새노조와 충돌해야 했다.

    ◇ 이사들조차 '공정방송' 하자는데… 결국 '무산'

    KBS이사회에서도 사측에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소수의 목소리'로 그쳤다.

    KBS 야권이사 4인(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은 9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결의안을 상정하고자 했다.

    이들은 △이사회는 KBS가 행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책임이 있고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 관련 늑장 보도로 KBS뉴스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KBS 보도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요구하고 있고 △시청자와 시민들도 KBS 보도 공정성을 비판하고 있으며 △시사저널·한국기자협회·시사인 등 각종 설문조사에서 KBS의 영향력·신뢰도가 계속 저하되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려 KBS의 존립과 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KBS 보도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제라도 시청자의 편에 서서 방송법에 정한 공적책임과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한 보도를 해 나가야 한다"며 "취재 및 보도거부와 부실 보도에 대한 원인을 밝혀 책임있는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등 공정보도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이사들이 반대해 해당 안건은 이사회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야권이사들은 같은 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다수이사들은 우리가 낙종 그 자체만을 문제 삼는 것처럼 주장하거나, 낙종이 마치 보도국이 신중한 보도를 하려다 놓친 것인 양 호도하면서 의안 상정조차 거부했다"며 "한 이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는 민심조차 선동되거나 조작된 민심 또는 국민들의 비이성적 광기의 히스테리 따위로 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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