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7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박근혜, 최순실, 이제는 삼성이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1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7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박근혜, 최순실, 이제는 삼성이다' 토론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행태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삼성 등 재벌이 어떤 역할을 해서 무엇을 취했는지 추적하기보다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강제 모금한 재벌도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제시하는 언론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언론연대 전규찬 대표는 한국승마협회장에 삼성생명 영업총괄 출신인 '삼성맨' 신은철 씨가, 한국마사회장에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및 삼성물산 부회장 출신인 현명관 씨가 들어간 것 등을 들어 삼성이 이를 통해 최순실-박근혜-청와대와의 커넥션을 만들어 갔다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시설 이용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전 대표는 이어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돈(204억)을 댔고, 비덱스포츠(전 코레스포츠)를 통해 35억원을 지원해 정유라 씨의 명마 구입과 해외 전지훈련이 이루어진 점을 거론했다. 또, 현 회장이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핵심인물로 구속 수사 중인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을 비롯해,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전경련 관계자, 삼성 관계자 등이 참여한 멘토링 집단 '창조와 혁신' 연구재단을 설립한 인물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삼성은 (정부로부터 돈을) 강탈당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박근혜·정권·국가-최순실·비선실세-이재용·삼성·재벌·자본 사이에 철저한 공모가 있었다. 상보적 협력관계 유형이다. 철저히 상대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구조로, 자신의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체계"라며 "삼성은, 재벌은, 전경련은 그렇게 부역하면서 얻은 게 있었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조정, 노동조합 탄압, 재벌 몸 불리기, 대통령이 서명한 규제 철폐 캠페인, 해외 방문 동반 등"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재벌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을 한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과 담화문 등으로 그동안 재벌들이 요구해 온 정책을 적극 언급한 점을 짚었다.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발표해 경제활성화법, 5대 노동 개혁법의 처리를 촉구했다. 이 날은 재벌들이 미르재단에 돈을 지원한 다음날이자 재단이 설립된 날이다.
올해 1월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재벌들이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다음날인 1월 13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노동개혁법,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발전법 및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 처리를 요구했다. 이는 전경련이 정부에 요청해 온 바이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은 노동개악과 규제완화를 위한 재벌과 박근혜 정권 간의 거래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 위원장 출신인 KBS 이강택 PD는 "미국의 월터 리프만은 '언론이 보도한다는 건 어두운 밤에 탐조등을 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언론은 진실을 보도한다고 하지만 그 행위는 사실 선택의 행위다. 보도하는 것과 동시에 보도하지 않는 것이 생긴다"며 "(지금 언론이) 놓치고 있는 것은 재벌이 박근혜 정권을 통해 어떤 사익을 취했는가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로부터 착취한 잉여 중 극히 일부를 가지고 자기들끼리 배분한 것,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는가 우리 언론은 한 번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지금 진실이 얼마나 밝혀졌다고 생각하나. 과연 최순실 일당과 관련해서 그들의 네트워크가 어느 부분에 얼만큼 뻗쳐 있고 작동했는지에 대해 얼마나 드러났다고 생각하나"라며 "지금 이대로 흘러간다면 결국 사태는 비정상적인 몇몇 개인에 의한 '일탈행위'로서 정리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얼마나 이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성찰하고, 이 보이지 않는 연관들을 제대로 파헤칠 때 딱 그만큼만 우리 사회는 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