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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박-최 게이트', 검사들은 왜 부글부글 끓나?

정치 일반

    [Why뉴스] '박-최 게이트', 검사들은 왜 부글부글 끓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최순실 특검법안'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검찰이 '최순실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면서 수사를 벌여왔지만 '꼬리자르기 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을 빚으면서 결국 특검 출범을 앞당기게 된 것이다.

    검찰내부에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황제수사' 논란에 이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수사가 불발되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검사들은 왜 부글부글 끓고 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

     

    ▶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조사는 물 건너 간 건가?

    = 최순실씨의 구속만기일이 20일이니까 최씨 기소전 조사는 물건너갔다.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15일, 16일에는 해야하고 대면조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가 17일, 또 18일로 늦췄지만 결국에는 조사를 하지 못할 상황으로 밀렸다.

    추후 조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특검법이 통과된 만큼 검찰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유영하 변호사는 "최대한 서둘러서 변론준비를 마친 뒤 내 주에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도 '조사에 응하겠다'가 아니라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이라고 밝혀서 결국에는 조사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윤창원 기자)

     

    ▶ 대통령은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지 않았나?

    =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4일 두번째 대국민사과에서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며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검찰의 대면조사 일정이 임박하자 '변호인 선임'이라는 꼼수 카드를 만들어 조사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법률보좌는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관, 행정관을 비롯해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현웅 법무장관 등 차고 넘친다. 그런데 뜬금없는 변호인 선임 카드로 시간벌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법률검토'니 '변론준비'니 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고 대면조사보다는 서면조사가 바람직하고 조사도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며 사실상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형식적으로는 변호인의 변론준비 운운하지만 변론은 기소된 뒤 재판에서 하는 것이지 검찰 수사단계에서 '변호사의 조력'이 아닌 '변론준비'가 필요하다는 건 법조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가볍게 뒤집은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이 처음부터 대응을 잘했더라도 이랬을까?

    =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촛불민심이 타오를 때는 엎드렸지만 그게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틈을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 조사를 기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의 대응도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0월 27일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으면서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다"며 수사할 의지가 없다는 걸 드러냈다. 그러다가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사과 직후 "대통령 조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11월 12일 역대 최대규모인 100만명이 운집한 '촛불항쟁'이 일어나자 11월 14일 청와대에 대통령 대면조사 방침을 전달한 뒤 "대통령 대면조사는 15일이나 16일까지는 해야하고 16일이 바람직하다"고 한 발 다가섰다.

    유영하 변호사(사진=이한형 기자)

     

    검찰은 유영하 변호사가 대면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입장을 밝히자 "16일 대면조사가 어렵다면 17일도 가능하다"며 물러섰다. 그리고 "마지노선을 넘었다. 대통령 조사를 18일까지 가능하다"며 대통령 대면조사에 마지막 불씨를 남겼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이 '다음주에는 조사가 가능'하다며 버티면서 18일 조사도 물건너갔다.

    검찰의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방침이 왔다갔다 갈짓자 행보를 하면서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드러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사진=윤창원 기자)

     

    ▶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강력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

    =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 변호인이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지도록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현재 수사 진행 상황에 비춰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뒤 처음으로 검찰총장이 입을 연 것이다.

    김 총장의 입장이 곤혹스럽고 고뇌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직을 걸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검찰의 대응을 보면 뒷북대응이라거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면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철저하게 수사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하면서 '수사결과만 보고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제공)

     

    김수남 총장은 지난 7일 우 전 수석이 '윤갑근 특별수사팀'에서 조사를 받으며 팔짱을 낀 채 미소 짓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보도된 직후 "우 전 수석의 직무 유기 의혹도 수사하겠다"며 검사 3명을 '우병우 전담 수사팀'에 투입했다. 뭔가 한박자씩 늦은 대응이고 촛불집회로 민심이 들끓으니까 마지못해 따라가는 방식이다.

    전직 검찰총장은 "이런 위기상황에는 검찰총장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사찰의 '조실스님'처럼 뒤에서 관망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총장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자세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내부에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 되고 있다는데?

    =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건 맞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면서 "우병우 전 수석이 '정윤회와 십상시' 사건 덮은 게 문제인데 그것 때문에 제대로 해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는데 부장검사가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면서 "(검찰이) 부끄러운 게 왜 아랫사람의 몫이어야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한 평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해야하는데 비판만 받고 있어서 자괴감이 든다"면서 "정권 마다 잘나가는 검사는 항상 잘 나간다. 정치검사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고위관계자는 "검사들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지켜보면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고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특검이 시작할 때까지 남은 기간이라고 당당하게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평검사회의를 열거나 수뇌부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도 있나?

    = 그 정도의 기개가 있거나 결기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검찰의 한 고참검사는 "후배검사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그렇지만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삼삼오오 술자리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정도"라고 검찰내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검찰의 편파수사 의혹에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황제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 게시판에는 아무런 비판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임은정 검사가 내부 게시판에 비판글을 올렸다가 부부장 승진에서 잇따라 탈락하고 적격심사 대상자가 되는 걸 봤으니 구체적인 행동은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검사들의 리더 역할을 해야할 수석검사들이 부부장 승진대상자들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으면서 행동하지 않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 한 장으로 검찰은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검사들의 기개가 사라진 것인가?

    = 검찰 고위간부들은 요즘 검사들은 검사가 아니라 샐러리맨이 됐다며 안타까워 한다.

    지난 1999년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평검사들의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평검사들이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연판장을 돌린 건 처음 있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서명운동에 앞장섰던 두 명의 검사는 김태정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하면서 일시적으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그렇지만 둘다 검찰에서 요직으로 승승장구하면서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금도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캡처)

     

    전국 최고참 평검사인 임은정 검사는 페이스북에 "검란(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빚어진 항명사태)당시 검찰 내부망에 잠시 개설되었던 익명게시판에 익명으로 사퇴해야한다는 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면서 "실명으로 '총장님은 검찰 개혁의 원인이지 검찰 개혁의 동력이 될 수 없다. 정치검찰의 굿판을 이제 걷어 치워야 한다'고 짧게 썼던 기억이 난다"는 글을 올렸다.

    검사들이 이처럼 눈치만 보면서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건 이명박 박근혜 정부들어서 인사를 통해 철저히 보복하기 때문이다.

    검사들의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 요직에는 청와대 행정관을 거친 검사들이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리고 임은정 검사의 사례에서 보듯이 눈 밖에 나면 적격심사 대상이 되거나 승진 또는 보직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사진=황운하 경무관 페이스북 캡처)

     

    경찰대 황운하 교수부장은 페이스북에 "최근 검찰의 표변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비루먹은 강아지에서 굶주린 하이에나'로 하루아침에 돌변했다"면서 "하지만 이번만은 검찰의 변신의 약발이 안 먹힐듯 하다"고 진단했다.

    황 경무관은 "박근혜-최순실 특검법에 따른 특검수사가 본격화된다면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단서였던 '정윤회문건'수사에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의 수사대상이 된다. 경보가 울렸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사건을 왜곡하여 지금의 국정파탄을 초래한 민정라인과 검찰의 혐의는 중범죄에 해당한다"며 "특검의 수사결과는 바스티유 감옥 습격사건이 앙시앵레짐의 붕괴로 이어지듯 낡은 검찰체제가 붕괴되고 새로운 검찰체제가 들어서는 검찰대개혁의 시발점이 될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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