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초등학교 동창생 학부형 회사의 현대자동차그룹 납품 민원 해결에까지 나섰다고 검찰이 20일 밝혔다.
박 대통령의 압박에 현대차는 인지도나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정상적인 절차까지 생략하고 11억원에 육박하는 제품을 납품받았는데, 최씨는 이를 도와준 대가로 시가 1천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현금 4천만원 등 모두 5천여만원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최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과 함께 흡착제 제조·판매사인 KD코퍼레이션이 11억원 규모의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에게 강요했다"며 두 사람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KD코퍼레이션은 최씨의 딸 정유라의 초등학교 동창생 아버지 이모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이씨로부터 "해외 기업 및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씨는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여러 차례 업체 소개 자료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10월에는 이씨 측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 제조하는 원동기용 흡착제를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업소개서까지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소개서를 전달받은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27일 안종범 전 수석을 불러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자동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안 전 수석과 함께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김 모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KD코퍼레이션의 좋은 기술을 현대차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면 채택해 줬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KD코퍼레이션 기술 채택' 압력을 가한 것이다.
이에 김 부회장은 2012년 12월 2일, 현대차 구매담당 김 모 부사장에게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 추진'을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이후에도 현대차와 KD코퍼레이션의 납품계약 진행상황을 계속 점검하며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을 작성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KD코퍼레이션 기술 채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나 인허가 어려움 등 기업 활동의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인지도나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KD코퍼레이션 제품을 납품받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5년 2월부터 지난 9월까지 KD코퍼레이션로부터 10억5991만원 상당의 원동기용 흡착제 제품을 납품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선정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제품성능 테스트와 입찰 등 정상적인 절차는 모두 생략됐다.
KD코퍼레이션 대표인 이씨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까지 했다.
최순실씨는 이런 계약체결 부탁과 계약 성사 대가 명목으로 2013년 12월 시가 1162만원 상당의 샤넬백 1개를 받았고, 2015년 2월 현금 2천만원, 지난 2월 연금 2천만원 등 5162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