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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이라 쓰여졌지만 뇌물죄로 읽히는 공소장

법조

    직권남용이라 쓰여졌지만 뇌물죄로 읽히는 공소장

     

    직권남용과 강요라고 썼지만, 뇌물이라고 읽히는 공소장이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공소사실이 사실상 ‘박근혜 게이트’로 검찰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드러나면서 ‘뇌물죄’ 적용에 수사의 성패가 달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20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현재 공소사실에 없다”면서도 “계속 수사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검을 앞둔 검찰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대략 2주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재벌들이 인허가의 어려움, 세무조사 위험성 등 불이익이 두려워 억지로 출연금을 냈다는 결론에만 도달했다. ‘재벌=피해자’ 공식이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특별사면‧검찰 수사‧사업 특혜 등 대가성 정황은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 곳곳에 묻어난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신동빈 롯데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한 직후 “롯데가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챙겨보라”고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 이권 개입을 위해 만든 ‘더블루케이’를 직접 챙긴 것이다.

    롯데는 결국 5월 말 롯데케미칼 등 6개사가 분담해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보냈지만, 열흘 뒤부터 닷새에 걸쳐 모두 돌려받았다.

    K스포츠재단이 돈을 반환한 다음날, 검찰은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재단 측은 '부지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했지만, 순수한 재단 지원금이라면 서둘러 돈을 돌려줄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돈이 오간 시점에 롯데그룹 내사가 진행 중이었고 수사 편의 대가로 돈거래가 있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롯데 수사 정보가 재단 쪽으로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SK 최태원 회장은 사면 뒤였던 올해 2월 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고, K스포츠재단은 SK에 80억원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기업들을 피해자로 해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봐주기를 한 것"이라며 "사실상 뇌물죄로 갈 수 있는 길을 차단했고, 무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고 검찰 수사를 평가했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제외한 ‘삼성-최순실 직거래’ 가 남겨둔 ‘비장의 카드’가 될지도 주목된다.

    삼성은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업체에 35억원을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최씨가 비선실세라는 점 외에는 딱히 거액 지원에 대한 설명이 어려워 보인다.

    삼성이 숙원사업인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주고받기식’ 거래를 했다는 말이 퍼져있다.

    검찰은 최씨 등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지위’를 광범위한 영향력 행사자로 봤다.

    “행정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직간접적 권한을 행사해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이름만으로 뇌물죄 적용도 가능해 보이는 이유다.

    뇌물죄 적용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의 법리구성도 열쇠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법원은 1996년 대통령의 직무가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인들의 돈이 건네진 것 자체가 뇌물이라고 봐 두 전직 대통령을 처벌했다.

    구체적인 대가 거래가 입증되지 않아도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모금의 '주어'로 지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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