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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대통령과 총리가 빠진 국무회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대통령이 의장이고 국무총리가 부의장을 맡는다.

    그런데 22일 열린 국무회의에는 의장인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았고 부의장인 국무총리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자 피의자가 된 마당에 자신이 수사를 받게 되는 특검법 공포안을 자기 손으로 의사봉을 두드려가며 의결하기는 싫었을 것이다.

    사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할 가능성을 은근히 내비치며 국정 운영 재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피의자 대통령'으로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는 판단을 했던 것인지 국무회의 주재를 포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경우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차 해외 출장중인 관계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결국 행정부 공식 서열 3위인 '넘버 쓰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혼 없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도 없고 총리도 없는 국무회의…정말로 '이게 나라냐'는 한탄이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도 더욱 가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까지 통과된 것이다.

    정말로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들에게는 최소한의 염치(廉恥)도 찾아볼 수가 없다.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일진데, 박 대통령은 뭘 잘못했느냐는 듯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 18일 박 대통령은 일부 청와대 참모와 차관, 그리고 신임 대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100만 촛불 민심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기라도 하는 양 취재 기자들 앞에서 한껏 미소를 지어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글썽이는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 앞에 사과했던 자신의 모습은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렸나 보다.

    부끄러움을 모르기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하는 장관 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모두가 알량한 자리나 지키겠다며 본심을 숨긴 채 영혼을 파는 무소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상식이고 도리 아닌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국무회의 중간에 분노와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모두 사퇴하라고 일갈했다.

    집권여당을 박근혜 대통령의 사당(私黨)으로 만든 새누리당내 친박 지도부의 몰염치도 기가 찰 노릇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남아야 할 사람은 떠나고, 떠나야 할 사람은 남아 있는 아이러니가 안타깝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박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한번 쳐다 봤으면 싶다. 얼마나 심하게 일그러져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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