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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승마의 타임테이블…'뇌물죄 순환고리' 풀리나



법조

    삼성과 승마의 타임테이블…'뇌물죄 순환고리' 풀리나

    • 2016-11-23 16:28

    靑-삼성-최순실 지원과 특혜 규명이 관건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적용 규명에 집중하는 검찰의 칼날이 삼성그룹의 최순실씨(60·구속기소) 딸 정유라(20)씨의 승마 특혜 지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계열사 지분 정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벌였는데, 최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청와대가 나서 삼성의 승계 작업을 지원하는 대신, 최씨 모녀가 삼성으로부터 특혜를 받는 '순환고리'를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삼성그룹 핵심부서인 미래전략실과 함께 국민연금공단 본부와 기금운용본부 등을 23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날 삼성그룹 비서실장이자 삼성물산 회장 출신으로, 최씨 딸 승마 특혜 의혹과 관련해 연루 의혹이 있는 현명관 마사회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연금

    검찰은 지난해 5월 26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삼성 측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이라는 명분을 댔지만, 재계와 시장에서는 사실상 이건희 체제에서 이재용 체제로의 오너 승계 작업으로 풀이했다.

    문제는 당시 글로벌 벌처펀드사로 알려진 엘리엇이란 복병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결합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리하다며 반기를 들었고, 합병 무산에 우려가 커지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당시 합병 승패를 가를 키를 쥐고 있던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던 국민연금이 엘리엇 등장 이후 1%가까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데 이어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중구 삼성생명 빌딩에서 '제일모직 제52기 임시주주총회'.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로서 삼성은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가까스로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하게 됐다.

    다시 말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던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찬성표 던진 국민연금

    합병 이후 삼성은 '이재용의 삼성'이란 공식 직함을 가지게 됐다. 오너 승계에 성공했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무려 8조 원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지분 4%에 대해 간접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한 삼성 일가는 7900억 원의 실이득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낮게 조정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억~1200억의 손실을 입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삼성물산의 주식가치를 낮게 평가하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권 강화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삼성물산 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 대다수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돈이어서 국민연금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손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회의록에는 삼성이 제시한 대로 합병하면 3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우려된다며 삼성물산 주식 2주 정도와 제일모직 1주를 맞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삼성 합병 전후의 석연치 않은 만남 그리고 미르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한 석연치 않은 만남들에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 합병 주주총회 직전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독대했다는 것이다.

    홍완선 기금운영본부장은 대구고 출신으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인맥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또한 주주총회(7월17일)가 열리고 일주일 후인 7월 2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독대를 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문화, 체육 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삼성은 이에 204억 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 삼성 박상진 사장의 의문의 독일행, 그리고 정유라

    2015년 8월 17일 최순실 씨는 독일에 스포츠컨설팅 회사 '코레스포츠'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비덱스포츠'로 이름이 바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승마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이 시기에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삼성전자 사장과 법무팀 변호사들이 독일을 방문해 35억원을 송금하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204억을 순차적으로 송금했다.

    최순실 모녀는 35억원 중 20억여 원으로 호텔과 주택을 구입했고, 10억 원 가량으로는 정유라의 명마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전지훈련 비용 등으로 2020년까지 186억원을 최순실 쪽에 추가로 지원하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쪽에 총 239억원을 지원했고, 현재까지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순실 쪽에 직접 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또한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씨의 조카이면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장시호(37·구속기소) 씨의 실소유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세금 1억원 포함)을 후원했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에 청와대 입김이 들어갔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씨 모녀와 재단에 수백억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검찰이 풀어야할 숙제인 셈이다.

    또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은 1000억 원도 안되는 '푼돈'으로 수천억 원의 실이득을 보는 것은 물론, 수조원 상당의 경영 지배권까지 얻게 됐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를 근거로 삼성이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돈을 낸 피해 기업이 아니라 대가성으로 엄청난 이득을 받은 수혜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삼성이 최순실 모녀와의 직거래를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수조원의 이득을 올린 것이다"며 "국민 노후를 보장하는 공적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벌어진 삼성과 현 정부의 악랄한 정경유착의 의혹을 검찰조사, 특검, 국정조사를 통해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금 국민연금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데 동원된 배경과, 삼성-최씨의 직거래 등이 대가성인지 집중적으로 캘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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