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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미화 절정판 "5·16 이전은 '시련'…이후는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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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미화 절정판 "5·16 이전은 '시련'…이후는 '발전'"

    건국절·재벌미화 등 그동안의 우려 현실로…파문 예상

     

    각계각층의 폐기 요구에도 '밀실 편찬' 끝에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에는 역시나 박정희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이 상당수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주목받았던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는 뉴라이트계 주장이 교묘하게 담겼고, 뜬금없이 재벌을 미화하는 내용까지 나와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시련 겪던 우리 역사, 5.16으로 발전했다?

    28일 공개된 '고등학교 한국사' 현장검토본에서 현대사 부분은 '대한민국의 수립과 자유 민주주의 시련',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 발전', '국제 질서의 변화와 대한민국 발전' 단원으로 나뉜다.

    이중 첫 단원인 '대한민국 수립과 자유민주주의 시련'은 이승만 정부와 6.25 전쟁, 장면 정부 등을 다루고,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 발전'은 박정희 정부 출범부터 직선제 개헌까지 설명한다.

    단원 제목만 보아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 이전에는 우리 역사가 '시련'을 겪다, 이후 '발전'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 교과서는 박정희 정권하에서 이뤄진 자유민주주의 시련은 쏙 빼놨다"며 "이러한 제목은 그저 한국 사회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의도가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독재정권은 1인 지배를 위해 주권자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했는데 이 교과서는 그저 장기집권이나 대통령 권한 강화가 독재인 것처럼 호도했다"며 "'권위주의 정치 체제'라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표현으로 독재를 희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광일 기자)

     

    ◇ 새마을운동 미화로 '트랙터 상경' 이해 못 하게

    이 교과서에서는 특히 '새마을 운동'에 대한 기술을 기존 검인정 체제 교과서보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1971년에 정부는 전국의 마을에 시멘트를 제공하여, 마을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였다.……새마을 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도로 및 하천 정비, 주택 개량 등 농촌 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후략)"

    하지만 이처럼 장황한 치적 설명에도 '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고 쓰였을 뿐이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마치 새마을운동에 의해 농촌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학생들이 보면 오해하기 쉽게 써놨다"며 "정말 그렇게 다 해결됐다면 2016년 이 정국에서 농민들이 트랙터 몰고 상경해 반정부 투쟁을 벌이는 걸 학생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겠냐"고 일갈했다.

    (사진=국정교과서 캡처)

     

    ◇ "임시 정부는 국가 아냐" 뉴라이트 판박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건국절 논란에 관련해서도 역시 뉴라이트계가 주장해온 인식과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이 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자유선거에 의해 수립된 '국가'"라고 적시했다.

    헌법상 대한민국 정부가 계승한 '임시정부'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이 대목은 앞으로 큰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민도, 주권도, 영토도 없는 임시정부는 국가일 수 없다"는 기존 뉴라이트계 사관과 일치한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듯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기술했을 뿐이다.

    ◇ 뜬금없이 이병철·정주영이 왜?…재벌 미화까지

    이 교과서는 유신 체제가 벌인 중화학 공업 육성정책을 설명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라는 칸을 별도로 마련했다.

    대표 기업인으로는 유일한 유한양행 설립자와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꼽았다.

    이병철 회장에 대해서는 "한국이 정보 산업 기술 선진국으로 도양하는 데 기여했다"고, 정주영 회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수출 산업을 이끈 기업들을 창업했다"고 치켜세웠다.

    현대사 부분에 경제학자들이 상당수 포진되면서 제기된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

    이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그동안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나 경제계에서 요구한 걸 그대로 반영한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며 "역사교과서에 왜 재벌이라는 특정한 집단을 미화하는 서술을 갑자기 집어넣은 거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미안하니까 유일한 설립자도 슬쩍 묶었다"면서 "그러면서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한국 기업의 아름다운 전통인 것처럼 호도해놨다"고 성토했다.

    이 교과서에서 유일한 설립자에 대해서는 "기업 활동을 통해 모은 대부분의 재산을 공익 재단에 기증하여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의 아름다운 가치를 보여준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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