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인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교육부가 붙인 이름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국정교과서 집필진 31명중 현대사 파트를 맡은 6명이 모두 '역사 비(非)전공' 인사들로 채워진 데다, 이 가운데 5명은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로 드러났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28일 공개한 집필진 명단을 보면, 현대사 영역은 ▲최대권 서울대 법과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 6명이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학' 전문가로 집필에 참여한 나 교수가 서강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역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걸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6명 모두 '비전공'으로 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셈이다.
여기에 한남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뒤 공주대 역사교육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황정현 충남 온양한올중 교사가 '현장 교원'으로 근현대 집필에 참여했다.
유호열 교수의 경우 국사편찬위원이긴 하지만 북한을 주로 연구해온 정치학자다. 특히 현재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어, 집필진 참여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학자인 김낙년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중심에 있던 낙성대경제연구소 출신이다. 역시 경제학자인 김승욱 교수 역시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된다. 이날 공개된 현장검토본을 두고 '재벌 미화'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명섭 교수 역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의 정치학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광복 70주년 연구사업'에 참여했다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유은혜 의원 등 야당 교문위 의원들이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와 관련 국정 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군사학 전문가인 나 교수 역시 같은 학회 출신이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교수 역시 보수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집필진 구성을 주도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실질적으로 현대사를 특별히 전공한 분들이 많지 않다"며 "어떤 통설로 받아들이는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집필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인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쿠데타와 독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뉴라이트 계열 사관을 담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위해 악마의 편집이 이뤄진 '박정희 위인전'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사 집필진 7명 중에 현대사 전공자가 없다"며 "4명은 뉴라이트 계열, 2명은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이거나 '5.16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결국 박정희 치적을 강조하는 '박근혜 교과서'이자, 임시정부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사를 축소시킨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며 즉각 폐기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