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자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청와대 출입을 도운 의혹을 받고 있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제2부속실장 때부터 경찰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경찰청장으로 가는 자리인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현 치안비서관)에 특정 인사를 앉히려다 끝내 실패하자 인사보복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봉근 전 비서관에 줄을 댄 해당 인사는 이후 승승장구해 14만명 경찰 조직 중 6자리 밖에 안되는 치안정감까지 꿰찼다.
◇ 부적격 판단 내리자 "靑 파견경찰 다 돌아가라" 보복박근혜 정부 들어 경무관급 이상 경찰인사는 안봉근 전 비서관이 깊숙히 개입한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치안감 승진 인사 대상자였던 A경무관은 청와대 파견 총경으로부터 "안봉근을 연결해드릴까요?"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고, 안 전 비서관은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에게 승진 줄을 댄 모 치안감에 대해 "신경쓰지 말라"고 현 전 수석에게 말하는 등 사실상 실세로 군림했다.(17일자 CBS노컷뉴스
[단독] "안봉근 연결해 드릴까요?"…경찰인사 주무른 문고리)
이런 가운데 지난 2013년 10월쯤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망한 경찰 인사를 안봉근 전 비서관이 밀어주다 실패하자 보복에까지 나섰다는 증언이 나왔다.
해당 경찰은 사회안전비서관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승승장구해 통상 차기 경찰청장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세 곳의 지방청 가운데 한 곳으로 승진한 허영범 현 부산지방경찰청장이다.
허영범 신임 부산경찰청장.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2013년 경무관이었던 허영범 현 부산청장은 서울의 모 경찰서장 시절 관내 업자들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적발돼 감찰조사를 받았고 검증을 담당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를 이유로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 B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허영범 당시 경무관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와 경찰청에 감찰 기록까지 요구하고 강도높게 검증했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민정에서 허 청장의 사회안전비서관 임명을 반대하자 이후 김기춘 비서실장 등 윗선을 통해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관들의 원대복귀 명령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 조응천 "비위 전력 경찰 인사검증 강도 높게 했다" 앞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파동'이 터진 지난 2014년 말 "청와대에 들어올 경찰관 검증에서 '부담스럽다'는 판정을 내리자 청와대에 이미 파견된 경찰관 10여명에 대한 원대복귀 명령이 떨어졌다"며 사실상 안봉근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안 전 비서관은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중이었음에도 한국시간으로 새벽녁에 조 전 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허영범 경무관의 부적격 검증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 전 비서관은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지 않겠다는 게 신념"이라면서도 "공직기강비서관 재직시 비위 전력이 있는 경찰관들의 승진 전보 인사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많이 걸었던 것은 맞다"고 사실상 확인했다.
박근혜 정부 초부터 경찰 내 고위직 승진인사는 물론 청와대 민정·공직기강비서관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등 일명 '힘깨나 쓰는' 부서의 경찰관 파견인사에까지 안 전 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문제제기는 꾸준했다.
경찰 인사검증을 담당한 민정수석실이 파견 경찰관들에 대해 일일이 제동을 걸었고 특히 박관천 전 경정이 경찰 검증과 관련해 많은 일을 하다 결국 안 전 비서관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권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그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면 문고리 2/3인방인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이 과연 어떤 존재였는지, 얼마나 위세를 부렸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다"고 적었다.
또 "검찰이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을 상대로 문건유출에 가담하였는지만 조사하고 '다른 혐의는 없으니 안녕히 가세요'라며 집에 보내준 게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라'는 장관과 (검찰) 총장의 지시를 잘 따른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회안전비서관 자리는 청와대와 경찰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곳으로 각종 경찰 수사와 범죄첩보 등을 관리하는 경찰 내 요직이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청장, 이철성 현 경찰청장도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낸 후 각각 경찰 수장 자리에 올랐다.
허영범 부산청장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의 수차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