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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가계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천30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큰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대량 도산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미국은 오는 15일 열리는 연준(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초저금리도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경기대응 축이 통화에서 재정으로 옮겨가면서 종말을 맞게 된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석 달 새 0.23%포인트 오르며 3%에 근접했다. 최근에는 5% 가까운 금리상품도 나왔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변동금리로 빌린 기존 대출의 금리도 따라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천3백조원을 돌파했고, 이 중 변동금리가 최소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금리가 1% 오르면 단순 계산으로도 이자부담이 6조원 이상 늘어난다.
한국은행 분석에 의하면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구가 134만2천 가구에서 143만 가구로 8만8천 가구 증가한다. 이는 금융부채를 가진 전쳬 가구의 13.3%에 이른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으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연간 소득 중 40% 이상을 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가구를 말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신용불량, 즉 가계도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2014년 주택규제완화 이후 LTV(담보대출비율)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가구는 사업자금, 생활비, 부채상환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리인상의 충격에 취약하다.
문제는 미 대선에서 에상을 뒤엎고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금리인상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지고, 그 폭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가 당선 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방안을 밝히면서 채권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호조세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에 따른 인플레 요인까지 겹치게 되면 미국의 금리인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아직 금리정책의 여력이 있는 만큼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도 곧바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기준금리가 1.25%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내외 금리차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여력은 커지 않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상승이 본격화되면 취약계층이 상환불능에 빠지면서 절대빈곤층이 양산되고, 이것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한다.
{RELNEWS:right}부동산 경기 과열에 따른 후유증도 문제다. 부동산 경기가 급랭할 경우 지난 2년의 공급과잉과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가계와 금융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1% 상승하면 집값은 2.7%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가치가 하락해 은행의 건전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5% 하락하면 향후 LTV 비율이 6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의 비중이 10.2%까지 상승한다. 즉 10가구 중 1가구가 한계가구가 된다는 의미다.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의 증가로 대출금 연체가 늘어나고 담보가치까지 떨어지면 금융부실의 위험도 그 만큼 커진다.
금리상승을 기폭제로 과도한 부채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된 글로벌금융위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