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격을 상실했다. 탄핵돼야 마땅하다"며 "그 밖의 모든 복잡한 계산은 다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주장한 임기단축이나 여권에서 언급되는 '질서있는 퇴진' 등을 이같이 규정하며 일축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주장한 임기단축에 대해서는 "개헌으로만 가능해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4월 퇴진·6월대선' 당론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조건없는 사임을 약속하더라도 그 약속을 그 때 가서 어떻게 보장받느냐. 과거 윤보선 대통령의 경우 사임을 선언했다가 다음 날 번복한 역사적 전례도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돌출행동이 비판을 받는다는 지적에는 "촛불민심에 따라 탄핵정국을 잘 이끌고 있다"면서도 "야권 공조를 위태롭게 하는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게 좀 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 역사를 크게 후퇴시킨 3당 합당과 유사하다"며 "호남을 끌어들여 정권 연장하려는 새누리당의 욕망이 만든 기획으로, 제3지대니 뭐니 수를 써도 제가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막아 내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朴에게 십자포화…"공공마인드·정상적인 윤리의식·판단력 없어"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 대통령이 3차 담화 내내 '본인이 한번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무조건 옳고 그래서 그게 바로 공익, 그게 대한민국을 위한 일이라고 크게 착각하고 있다"며 "공공마인드가 전혀 없는 그런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윤리의식이나 판단력이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성남시 제공)
◇ "이재명은 사이다고 나는 고구마? 사이다는 밥 아냐"민주당 소속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2위까지 뛰어오르며 '다크호스'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견제구'도 날렸다.
야권 일각에서 이재명 시장을 '사이다', 자신을 '고구마'로 비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 전 대표는 "탄산음료가 밥은 아니고 금방 목이 마르지만,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며 "저는 (고구마처럼) 든든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 시장의 한계와 자신의 '상대적 우위'를 은근히 주장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 시장과 달리) 난 말도 느리고 당과 보조를 맞춰야 해 많은 요소를 고려하게 된다"며 "(유력 대선주자로서) 그만큼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다만 "(이 시장이) 내가 들어도 시원할 만큼 사이다가 맞다"며 "(이 시장이) 위치 선정이 빠르고 아주 훌륭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엄연한 1번 주자(지지도 1위라는 뜻)로, 새누리당이 다시 집권하려면 반드시 나를 밟고 넘어가야 한다"며 "그 역할을 끝까지 충실히 하겠다"고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은 아주 친미적이고 유능한 외교 관료"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주자 중 1위를 달리고 있고, 참여정부에서 외교장관 등을 지낸 반기문 유엔 총장도 은근하게 '디스'(상대를 공격하는 힙합 문화)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반기분 총장에 대해 "외교 관료들 가운데 아주 주류 중의 주류"라며 "아주 친미적이고 유능한, 그런 외교 관료"라고 말했다.
'디스 실력이 굉장히 느셨다. 아주 유능한 친미적 관료라고?'라는 사회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외교부가 그렇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 "내가 대통령 된듯 착각? 내가 될까봐 무서워하는 사람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서 자신을 두고 "대통령이 된 줄 착각한다"고 공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제가 대통령이 될까봐 무서워서 그런 말을 한다"고 되받아쳤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잘못하지 않았으면 뭘 그렇게 무서워하나"라고 반문하며 "정정당당하게 국민들 앞에서 판단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3지대론'에 대해서는 "과거에 3당 합당이 있었다. 그것과 유사하다"며 "이번에는 어떻게든 호남을 끌어들여서 정권 연장을 하고자 하는 새누리당의 욕망이 만든 기획이 제3지대"라고 힐난했다.
지난 28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 질문에 버벅거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답하면 되는 건데, 생각이 복잡했다. 즉각 퇴진과 60일 이내에 대선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받을까봐 걱정이 돼 괜한 생각들을 하며 복잡해졌다"며 "제가 답을 잘 못했다. 깔끔하지 못하고 버벅거렸다"고 말했다.
이어 "깔끔하게 정리를 하자면, 자진 사퇴든, 탄핵이든, 후속 절차는 헌법에 따르면 되는 것이고 그 밖에 제안이 있다면 촛불 민심에 따라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