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 체제에 대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즉시 '정치 회담'을 개최해서 '국민추천 총리 방안' 등을 포함해 논의를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포스트-탄핵'의 첫 구상으로 황교안 총리 등 내각 전면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탄핵 표결을 이틀 앞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1시간가량 CBS노컷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추 대표는 "황 총리 또한 탄핵 대상"이라며,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입법공백'이다.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정 사상 두 차례 탄핵의 중심에 선 추 대표는 "탄핵은 야당으로선 두려움이 많았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벼랑 끝에 선 책무감으로 임한 것이고, 지금도 벼랑 끝에 선 심정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2일 부결 우려에도 불구, 탄핵안 표결을 추진했던 추 대표는 "1단계 '엘시티' 수사로 비박계에 겁을 주고, 2단계 대통령의 담화를 통해 정치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갈수록 비박계가 압박과 회유로 자유스럽지 않을 것이고 2일이 지나면 더 탄핵 가결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예측과는 달리 오히려 9일 가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선 "점잖게 표현해서 물밑에서 여러 '정치적인 상상'들이 실제로 거래되고 있었다는 것이 그 사이 속속 폭로된 것이 아니냐"며 "그래서 국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고, 탄핵 분위기도 잡혀간 것이다. 그런 폭로가 없었다면 9일 탄핵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판사 출신인 추 대표는 탄핵 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시한에 대해 "최소한 60일 이내에는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舊) '탄핵심판법'에는 60일 내 심판이 명시됐던 점을 상기시키며 "현재 헌법 조항에 180일 조항이 있지만, 이 제도의 원래 취지는 60일도 길다는 것이다"며 "대통령 공백이 길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이 촉박해지는 것에 대해선 "안정적인 당 시스템 하에서는 경선이나 대선 준비는 크게 염려하지 않고 할 수 있다. 항상 시험 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추 대표는 "대통령 스스로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할 수 있는 것이다. 저와 상의한 건 아니지만 법적으로 탄핵 이후에도 대통령이 빨리 퇴진하는 것이 가장 바른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각종 결정이 문 전 대표와 연결돼 해석되는 것에 억울한 심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추 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제가 앉아 있어도 저를 보는게 아니라 제 뒤에 문재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는 민주당 대표이다. 대선 주자에 대해 공정하게 한다고 약속드렸고, 한번도 거기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하는 일문일답.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9일 탄핵안이 어떻게 처리될 것 같은가.= '어떻게 될 것 같냐'보다 탄핵이 국정 정상화의 유일한 해법이다. 6일 여당 지도부와 만나 나눈 대화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끝까지 가겠다'는 것 아닌가. 여태까지 국민이 왜 촛불을 들었는지조차 대통령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자리를 보전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착각하는데 애국의 가장 기본은 애민(愛民)인데 그조차 있는지 의심스럽다.
▶ 탄핵 가결에 자신감이 있는가.= 이 문제는 처음부터 자신감으로 하지 않았다. 사실은 야당으로서 두려움이 많았다. 탄핵을 정략적으로 한다고 오해를 만들 수도 있어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국정 정상화의 길이 이것밖에 없다면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해내야 한다는, 벼랑 끝에 선 책무감으로 한 것이다. 지금도 벼랑 끝에 선 심정이다.
▶ 돌아보면 '2일에 탄핵안을 표결했으면 가결됐을까?'하는 생각도 있다. 당시 2일 표결을 강하게 주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지위와 신분, 임기는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정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이런 위헌적 발언을 하는 이유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를 회유하고 겁박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대통령이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 엄단을 지시한 것도 여권 내부 진화용이라고 봤다. 담화를 통해 대통령이 정치적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비박에 대한 압박과 회유가 강해서 2일이 지나면 더 탄핵안 가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로서는 탄핵에 대해 비박계가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탄핵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당내 전략단에서 비박(비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탄핵에 대해 새누리당이 가진 두려움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탄핵 동참을 호소하라고 해서 김 전 대표를 만나게 된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비공개를 요청해서 받아들여 설득을 했다.
▶ 원래 김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만날 계획이었나.=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담판성 회담을 할 때는 비공개로 해야 한다. 공개회담을 하면 '사진 찍기용'이다. 대화가 있을 수 없다. (비박계는) 헌법재판소 재판이 길어질 것인데 대통령이 퇴임을 결단한 마당에 탄핵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갖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탄핵은 앞으로도 헌정을 수호할 수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자격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증거가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믿어지면 헌재가 판단할 것이다. 또 탄핵의 목적이 중단된 헌정질서에 대한 조속한 복귀이기 때문에 헌재는 재판을 늦어도 박한철 현 헌재소장의 임기인 1월 말에 마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 역시 이런 부분을 이해를 했다.
▶ 국민의당이 2일 표결에 제동을 걸어 9일 탄핵안 가결 분위기가 만들어 진 것 아닌가.= (단호한 표정으로) 아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우리(야3당)가 2일 표결로 단일대오를 만들어야 비박을 압박하고 비박도 (탄핵 찬성에) 동참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판단은 옳았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점잖게 말해서 여러 '정치적인 상상력'이 현실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속속 폭로됐다. 그래서 국민들이 '왜 정치세력끼리 밀실에서 거래하려고 하냐'고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고, 9일 탄핵안 가결 분위기도 잡혀간 것이다. (민주당이) 2일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9일 부결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또 우리가 2일에 가결하자고 해서 국민들이 대통령의 3차 담화에 대해 '담화가 아니라 비박 흐트러놓기용'이라는 데피니션(정의)도 내린 것이다. 이후 국민의당은 5일 가결안(案)을 들고 나왔는데 5일 가결은 확률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낮다. 5일은 본회의가 없는데, 2일 상황으로 보면 새누리당이 5일 본회의를 열어 줄 리가 없었을 것 아닌가.
▶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가 1월 말까지 탄핵 가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는데, 1월말 전 헌재 결정을 얼마나 확신하나.= 확신이 아니라 헌재가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우리(국회의원)는 개개의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나머지는 다 그 아래 있다. 헌재도 국민 주권에서 비롯된 기관이기 때문에 그렇게(국민의 뜻대로 조속한 탄핵 여부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예전 헌재 소송제로 오기 전에 '탄핵심판법'이란게 있었다. 거기에 60일 안에 끝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현재 헌법조항에 180일 조항이 있지만 이 제도의 원래 취지는 60일도 길다는 것이다.
▶ 추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모두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데 여권에서는 '초헌법적 발상', '대선 욕심' 등으로 비판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제가 앉아 있어도 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제 뒤에 문재인 전 대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웃음) 대화를 계속 그렇게 하는데 저는 민주당 당 대표다. 어느 대선 주자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제가 그런 일탈을 할 때 그런 지적을 하면 좋겠는데…. 또 그것(탄핵안 가결 이후 즉각 퇴진)이 모순된 것이 아니다. 저와 상의한 건 아니지만 우리 당은 '대통령은 즉각 국정에서 손을 떼고 권한이양을 확실하게 해라. 즉각 퇴진 밖에 답이 없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했다. 대통령의 도리는 스스로 퇴진이다. 법적으로도 탄핵 이후에 대통령이 빨리 퇴진하는 것이 가장 바른 지름길이다.
▶ 이번 촛불집회에서 이른바 '이재명 현상'이 붐처럼 일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것이 제가 바라는 현상이다. 중대 국면에서 평소의 소신과 철학을 갖고 국민과 함께 함으로서 개인 지지율을 올리고, 당내 (대선후보) 경선 무대가 벌어 졌을 때 그 지지율을 갖고 (당내 경선) 무대를 흥행시키는 것이다. 당이 공정하게 (경선을 진행)하는데 아무 근거 없이 당 내부에 펀치를 가하고 당 내부에 분탕을 일으킨다고 경선이 흥행될 수 없다. 2012년에 그렇게 해봤더니 당의 분열로 끝나지 않았나. 제가 당 대표로 당을 이끄는 이상 그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 탄핵 이후 황교안 현 국무총리가 대선을 준비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황교안 대행 체제는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거기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에 대한 불신임이 포함된 것이다.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 (다만) 그렇게 하려고 하니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마당에 임면권자가 없어진 것 아니겠나. 이 자체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입법공백이다.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인데 이 상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지만 탄핵이 가결되면 즉시 '정치회담'을 개최하든지 해서 '국민 추천 총리' 등을 포함해 논의를 모아가야 한다.
▶ 정치회담은 일단 야당끼리 진행하는 것인가.= 그렇다.
▶ 정치회담에 새누리당은 포함되지 않는가.= 아니 그것도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 왜냐하면 탄핵이 될 때까지 어느 누구의 정치주도권도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탄핵 이후 정치잿밥에 더 관심이 많냐'고 시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은 제가 할 수 없다.
▶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 60일 내 대선을 해야 한다.=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급조된 당이 아니다. 안정적인 당 시스템 하에서 경선이든 대선이든 크게 염려하지 않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수권 정당이다. 그것을 두고 '대권욕심이 있다'고 쓰시면 안 된다(웃음). 대한민국 제1야당이 나라와 정치 외에 생각하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라도 해야 한다. 헌법에 60일 내로 (차기 대통령 선출을) 하라고 하는데, 이것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정당체계인 것이다. 그것이 정당의 기본이다. 학생으로서 항상 시험을 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재에서 심판이 진행되는 중에 전국 순회경선 등 경선 절차를 진행할수 있나.= 그것은 논의해봐야 한다. 저 혼자 (결정)할 수는 없다.
▶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개헌논의가 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추 대표는 개헌에 부정적인 것 아닌가.
= 개헌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정치 세력 간 셈법으로 얼렁뚱땅하는 개헌은 안 된다. 국민주권형 개헌이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촛불을 든 것은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빽으로, 권력으로 새치기하는 집단을 우리 사회가 용납하고 대통령도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절망과 분노의 표현 아니겠나. 그러면 실질적 평등과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을 때 국민들이 헌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본권 강화나 국회의원 및 대통령 소환을 위한 국민들의 요구가 개헌을 통해 분출될 것이다. 국민들이 중심이 된 개헌은 동의한다. 저는 지난 8월 27일 전당대회에서 '제7공화국을 제대로 열 수 있도록 국민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약속드렸다. (다만)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는 아니고 미래 한국사회에 대한 설계도에 대한 논의다.
▶ 야권이 전통적인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민심을 확고하게 얻을 수 있는 복안이 있나.= 호남민심은 우리당이 올바른 길을 가느냐 마느냐에 좌지우지 되는 것 같다. '2일에 반드시 탄핵안 표결을 해야 한다'고 하고, 그 사이에 비박의 실체가 드러나고 적당히 어떤 손을 잡으려는 뭔가가 있고 들통이 났더니 우리당의 지지율은 호남에서 튀고, 거부한 정당의 지지율은 내려갔다. 보수언론이 뭐라고 하든 국민들은 누가 바른길을 가는지 다 판단한다. 대단하다.
▶ '돌발'이라는 표현이 자주 붙었다. 본인의 리더십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저는 돌발이 없었다. 모두 상의했다. 다만 상의의 단위가 사안별로 달랐을 뿐이다. 김무성 전 대표 회동은 당 전략위원회의 제안사항이었다. 전략위의 제안이 있어 상대에게 동의를 구한 뒤 만나는 장소를 찾고 비서실장과 대변인,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알려줬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