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정회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리를 나서던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계열사간의 업무조정이나 경영진단은 물론 채용과 인수합병 등 그룹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는 말 그대로 컨트롤타워다.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미전실'로 불리는 이 미래전략실은 전략팀과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과 커뮤니케이션팀 등의 하부조직을 거느리고 있으며 삼성 각 계열사에 소속된 직원들 약 200여 명이 파견돼 일하고 있다.
이 미래전략실은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만들고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유지해온 뿌리깊은 조직으로 지난 1959년 당시 청와대 비서실을 벤치마킹해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로 처음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렸다.
또 IMF 외환위기때인 1998년에는 이른바 '구조본' 즉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꿔 존재해 왔다.
2006년에는 전략기획팀이라는 이름으로 전략과 기획이 강조됐다가 2008년 대선자금 수사에 이은 삼성특검의 결과 한때 해체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12월 불사조 처럼 지금의 이름인 미래전략실로 부활했으니까 60년 가까이 삼성의 두뇌로 존속해온 엄청난 조직이다.
이 미래전략실은 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때마다 선거결과를 어느 누구보다도 정확히 예측하는 등 정보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현정부 들어서는 최순실 씨가 비선실세임을 간파한 남다른 정보력을 토대로 최순실 씨 모녀와 심지어 조카인 장시호 씨까지 지원해 온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다른 재벌그룹들이 미르나 K스포츠재단을 통해 공식적인 기부를 하거나 또는 요구를 거절했다 고초를 겪은 것과는 다른 것이다.
결국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회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가 여기서 말씀 드리기 적절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여러 의원님들의 질타도 있었고 질문 중에 미래전략실 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고 실토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창업자주이신 선대 회장님이 만드신 거고 회장님이 유지한 것이라 함부로 (하기)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들께나 의원 여러분들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질의 때부터 미전실을 해체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가 잇따라 나왔을 때 즉답을 회피했던 이 부회장은 오후 늦게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의 질의때 ‘해체방침’을 공식화 했다.
이렇게 이재용 부회장이 전국에 생중계 되는 가운데 국회 청문회장에 미전실 해체를 공언함에 따라 미전실은 어떤 형태로든 해체되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재 미전실이 대폭 축소돼 이재용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의 비서실 형태로 흡수될 가능성이 우선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평소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강조해온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삼성전자 이사회 지원실 형태로 바뀔 수도 있다.
여기다 조금 더 멀리 있기는 하지만 향후 만들어질 지주회사의 참모조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던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어찌됐든 삼성전자로 들어가건 외부에 남아 있건 상관없이 해외까지 합하면 200여 개 계열사를 가진 거대한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기능이 사라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칭이나 소속, 형태는 바뀌더라도 삼성 계열사 전부를 아우르는 업무를 수행할 참모조직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미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이 제안한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이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약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전날 국회 청문회에서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힌 것은 청문위원들의 압박에 의한 '돌발발언'이 아니라 사실은 이런 지배구조 개편까지 미리 염두에 둔 '준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미 2년 이상 삼성그룹을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이번 청문회 발언을 계기로 자신의 '친정체제' 구축을 서두를 수 있다.
이럴 경우 선대회장과 부친의 손때가 많이 남아 있는 '미래전략실' 보다는 '이재용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체제를 선보이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