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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탄핵 표결 D-1…정치권, 가지 않은 두갈래 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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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탄핵 표결 D-1…정치권, 가지 않은 두갈래 길에 서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야3당은 8일 탄핵사유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임과 동시에 선거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과 신임에 대한 배신"을 꼽았다.

    국회의원 300명의 무기명 표결 결과는 현재 예단하기 힘들다. 세월호 7시간 포함 문제 등 몇가지 변수 때문에 비박계 일부의 표심이 유동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친박계 내에서도 일부 찬성표 뿐 아니라 기권표가 대거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정도로 정치권은 폭발하는 민심의 분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돼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공소장과 6,7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수많은 헌법과 법률 위반 사례가 드러났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건의 주범으로서, 공모자로서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적시한 바 있다.

    전날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씨의 입에서 "최순실씨와 대통령이 거의 동급"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최씨가 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콘텐츠진흥원장 등 문화계 인사 뿐 아니라 문화계 밖에서도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더구나 고영태씨가 만들어 대통령에게 제공된 옷과 가방값을 최순실씨가 결제했다는 증언도 새롭게 등장해 박 대통령에게는 뇌물죄 적용의 여지도 생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자격이 상실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헌법을 파괴한 부분이다.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구도 최순실에게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 아니 대다수는 최순실이 누군지조차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비선 실세가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인 문체부 차관을 '수행비서'처럼 부리는 기막힌 국정 농단이 OECD 회원국이자 선진국을 지향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자행됐다는 현실이 부끄럽고 수많은 국민들은 한없는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국정농단세력에게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쥐어준 사람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오직 박 대통령만이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고 측근들은 방치하거나 묵인, 혹은 조력하면서 독버섯을 키우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대명제를 허물어버린 잘못은 단죄돼야 하고,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탄핵소추 및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만이 유일하고 합법적인 수단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가를 지배토록 하는 공화국(共和國)의 원리는 민주주의를 제도화한 개념으로 군주제를 극복하고자 탄생했다. 비선실세가 국가에 의해 발탁된 공무원을 수족부리듯 하고 정책과 인사에 개입해 사익을 취하도록 방치한 건 민주공화국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서울대 교수 791명이 8일 "국민의 뜻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동문들 조차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버린 박 대통령에 대해 탄핵과 처벌을 촉구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6일 성인 1947명을 대상으로 탄핵 찬반을 물은 결과 78.2%가 찬성했다. 1주일 전보다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앞서 232만명이 참여한 지난 주 촛불집회에는 1차 집회때보다 무려 100배의 인원이 거리로 나섰다.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쯤되면 오히려 걱정거리는 탄핵에 따른 국정부재 여부가 아니라 만에 하나 탄핵안이 부결됐을 때의 상황이다. 탄핵안이 통과됐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민심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는 판이하다.

    민심의 분노가 몰고올 정치, 사회적 대혼란은 정치권조차 감당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통과든 부결이든 아직 어떤 길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그 중대한 길목에서 한국의 현대사가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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