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산란계 AI 감염 닭 살 처분. (사진=전라남도 제공)
조류 인플루엔자,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가 10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서며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한 데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부른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처음 국내 농장에서 확진된 H5N6형 고병원성 AI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살처분 된 닭과 오리가 981만7000마리에 달하고 앞으로 253만6000마리가 추가 도살 처분될 예정이어서 1000만 마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396만 마리로 역대 최대 살처분을 기록한 지난 2014년의 악몽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살처분 과정에서 오리는 산채로 자루에 담겨 매물처분되는 등 여전히 동물들은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도살 시 고통을 최소화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 살처분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물의 권리 보호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어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살처분 처리로 공들여 기른 가금류를 고스란히 폐사하는 농민들의 피해가 막대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AI의 발생원인 규명에 실패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질타했다.
매번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철새가 고병원성 AI 발생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곤 했다.
그러나 설사 정부의 말대로 야생조류로부터 AI가 농가로 퍼졌더라도 이를 초기에 검출해서 최소한의 피해로 방역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0년간 반복된 대규모 살처분 사태는 바로 초기 검출 및 방역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AI 바이러스 검출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며 현재 AI 검사권한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일원화 되다 보니 정밀검사 결과가 3~5일로 늦어져 재빠른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로 AI 퍼질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간이검사 기능만 있는 지역 가축위생시험소 기능을 강화하여 재빠른 정밀검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AI 발생 자체를 최소화 하는 동시에 바이러스가 농장 내에서 퍼지는 환경 개선도 촉구했다.
현재 양계축산업의 계열화는 도계장 주변에 닭오리 사육농가 밀집 현상을 가져와 AI 발생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수직 계열화한 대기업에 대해 'AI 발생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고 수직계열화한 대기업에 대해 사육환경 개선명령을 내려 자체적 '가축전염병예방계획(가칭)'을 수립하여 제출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I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하여 '동물복지농장'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등을 통하여 사육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 단체는 제안했다.
이 밖에 환경운동연합은 AI 긴급행동 지침에 백신 도입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AI 발생 시 위험지역(500m-3㎞)과 경계지역(3㎞-10㎞)은 예방백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전국적인 확산 방지를 검토하자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3년간 반복된 AI 사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실감하게 한다면서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농림부는 철새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과 농민이 보고 있어 농림부는 제대로 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