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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474]"경제 망친 朴 대통령… 최순실에 빠져 개성공단 닫았나"

경제정책

    [탄핵474]"경제 망친 朴 대통령… 최순실에 빠져 개성공단 닫았나"

    [기획: 474를 탄핵하라①] 지키지도 못할 약속, "4% 잠재성장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월, ‘4% 잠재성장률과 고용률 70% 달성, 국민소득 4만불 지향’을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3개년계획, 이른바 ‘474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공약 발표 이후 꼭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현장의 상황은 어떨까. CBS노컷뉴스는 474공약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4차례에 걸쳐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발표하던 날에도 정지태 사장의 개성공단 시계 공장은 눈 코 뜰 새 없이 돌아갔다.

    2005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첫세대'로 10년 넘게 일해온 정씨는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기계들은 폐쇄된 개성공단에 남겨진 채 멈춰섰고,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기자가 찾은 서울 도봉구에 있는 정씨의 공장 사무실은 마치 오늘까지도 분주히 일한 듯 곳곳에 생활 흔적이 남아있었다. 탕비실에는 커피 믹스가 넉넉했고, 경리가 일하던 책상에도 서류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하지만 사무실 한켠에 마련한 시계에 유리를 끼우는 작업실을 살펴보니 열 달 넘게 주인을 잃은 의자와 텅 빈 시계 케이스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았고, 접착제 주둥이는 말라붙은 지 오래였다.

    정씨는 "공정 중 99%를 개성공단으로 옮겨놨기 때문에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개성공단 폐쇄 직후 인천 도금단지에 넘겼던 물량을 마무리하느라 한 달 가량 일한 뒤로는 쭉 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1989년부터 27년째 꾸려온 회사에 애정이 없을리 만무하다. 한때 5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했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뒤로는 남한 관리자 8명, 북한 직원 약 100명과 함께 일하며 큰 탈 없이 꾸려온 공장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리지 않으면 정씨가 회사를 되살릴 길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씨는 "설비를 다시 갖추려면 30억원이 넘게 드는데 정부는 공장 설비에 대한 보상금으로 2200만원만 책정했다"며 "지금 시세에 그 돈으로는 기계 1대도 못사는데 30년 전 재무재표 구입 가격으로 보상금을 주면 어떻게 회사를 꾸리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국회의 탄핵안 통과 이후에도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받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 정씨는 애가 탈 뿐이다. "탄핵이 마무리되고 새 정권이 들어서도 북한과의 협상까지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겨울을 넘겨야 개성공단이 정상화된다는 얘기"라며 "기계가 멀쩡할까 걱정되서 기계 상태만 확인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안보다, 뭐다 해서 개성공단을 중단했는데, 이제 보니 최순실에 빠져 폐쇄한 것 아닌가 싶어 너무 억울하다"며 "대선에서는 경제를 살리겠다더니 거꾸로 망쳐놓고 지금도 시간만 끌고 있으니 도저히 나라를 위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감동적인 멘트'를 기대하며 기자가 가족들 안부를 물었지만, 정씨는 손사래부터 쳤다. "자식들은 다 컸으니 알아서 살겠지만… 솔직히 직원들이 문제"라던 정씨는 "사업 시작하고 20년 넘게 같이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만들어놨으니 면목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 김용환 위원장도 "출입이 까다롭고, 북한 직원들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4, 50대 숙련공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갔다"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이 나이에 새로 취직하기가 쉽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이어 "개성공단 출입이 인정돼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직원이 800여명이지만, 선정되지 않은 직원이나 무수히 많은 거래처의 타격까지 생각하면 수천, 수만명이 피해를 입은 셈"이라며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 보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는 국민의 정부 시절 5년 평균 5.32%를 달성했던 실질 경제성장률은 참여정부 4.48%, 이명박 정부 3.2%로 감소하다 박근혜 정부 3년 동안에는 2.93%까지 곤두박질쳤다.

    박 대통령이 474 공약을 발표한 1년차에 그나마 3.3%를 기록한 뒤, 지난해 2.6%, 올해도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리막길로 치닫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2015년 메르스 추경 11조 8천억원, 올해도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투입하고도 2%대 성장률에 머물렀다.

    내년에도 성장률은 2%대를 못 벗어나고,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 잠재성장률 달성은커녕, 경기 하강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등 동원 가능한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초유의 탄핵 사태와 함게 국정 동력이 제로 상태에 빠진 지금, 잠재성장률을 짐작해보는 일 자체가 '사치'가 됐다.

    청와대도 정부도 제 기능을 잃고 표류하면서 경제에 전력 투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정부가 추경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집행하기는커녕,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 현안을 책임질 '경제 컨트롤 타워'조차 변변치않은 실정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정씨의 시계 공장은 자금이 더 투입되고, 새로 직원도 더 늘었어야 한다. '통일은 대박'이 되고, 한국 경제의 새 물꼬로 평가받았던 개성공단도 더욱 활성화됐어야 했다.

    그러나 공장은 멈췄고, 직원들은 흩어졌다. 개성공단 폐쇄 뒤에는 최순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렇게 4% 잠재성장률 공약은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훨씬 전에 정씨의 마음에서 탄핵당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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