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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나는 몰랐다!" 스승이길 포기한 이화학당 교수님들

기자수첩

    [뒤끝작렬] "나는 몰랐다!" 스승이길 포기한 이화학당 교수님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난 잘 모르겠고, 어쨌든 조직적 특혜는 아니야."

    15일 열린 국정 농단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 나온 이화여대 교수들의 태도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와 같았다.

    "정유라 양은 누군지 몰랐습니다", "학사 관리는 제 소관이 아닙니다", "최순실 씨는 학부모로 만났을 뿐입니다"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유라 특혜 입학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무고함을 주장했고 정유라의 아버지인 정윤회 씨에 대해선 "제가 이공계라 그런지 존재를 몰랐다"는 터무니없는 답을 했다.

    "최순실을 아느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2015년에 최순실 씨가 학교에 방문했을 때 만남을 가졌다"고 답했다.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궁곤 입학처장과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도 마찬가지였다.

    입시 특혜에 대해선 "정유라가 면접 당시 금메달을 가져온 것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고, 학사 특혜에 대해선 "학사 관리는 내 소관이 아니라 몰랐다"고 답했다.

    ◇ 전부 아니라고 하면 책임은 누가

    최경희(앞줄 오른쪽)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4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김경숙 전 이화여자대학교 체육대학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최원자 이화여대 교수,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 (사진공동취재단)

     

    처음에 교수들은 정유라 양을 둘러싼 의혹이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유라는 뽑힐 만 해서 뽑혔고, 교수들 또한 "정유라가 승마 훈련을 받느라 학교를 못 나왔다", "정유라 양이 아프다고 해서 봐줬을 뿐 특혜는 아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정유라가 15년 입학 이후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았음에도 출석이 인정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학생들은 분노했고, 특혜를 준 교수들은 숨었다.

    정유라가 '말 새끼' 운운하며 수업에 제출한 레포트도 공개됐다. 역시나 교수들은 숨었다.

    교수들이 거짓말하고, 숨고, 아니라고 잡아 떼는 동안 이대는 사상 초유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교수들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이대 캠퍼스 안에까지 진을치고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곧이어 이대가 전방위적으로 정유라에게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감사로 드러났지만 이 때에도 학생들은 '아니다', '기다려라'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지성을 배우는 공간에서 이대 학생들이 마주한 건 전에 없던 비리, 학교가 권력에 빌붙은 모습일 뿐이었다.

    ◇ "당신들을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4차 청문회'에서 김경숙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경숙 학장은 이대 학생들과의 대화 자리인 체육과 간담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최 전 총장은 "책임지고 이화를 떠나라"는 말에 "이화는 내 전부"라고 답할 뿐이었다.

    중동 가서 취업하라는 이 나라에 발 붙여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거리는 학생들에게 비친 교수들의 모습은 이대 총장의 사퇴를 주도한 김혜숙 교수의 말처럼, '인간의 실패'였다.

    "누나 우리 부모님은 말 못 사준대"라며 대자보를 올린 한 고등학생, 이대를 가기 위해 고등학교 3년, 중학교 3년을 다 쏟아부은 학생들이 "특혜는 아니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교수들은 토익·토플에, 학점 0.1점이라도 올리려고 발버둥 치는 '평범한' 제자들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수능을 마친 날 "엄마한테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수많은 '평범한' 고등학생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몰랐다.

    "권력자의 더러움이 판을 치는 시대에 학생들의 편에 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권력자의 밑에 붙어 비리에 동조하는 당신들을 스스로 교육자라 할 수 있는가?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당신들에게 대학이란 공간의 가치는 대체 무엇이며 학문이란 무엇인가? 자문해보라." (이대 학생들의 대자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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