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대정부질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대통령 출마를 계획하거나 고려하고 있습니까?"(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전혀 없습니다"(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20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이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받기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황 총리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의 돌발 질의에 이같이 즉답했다.
채 의원의 돌발 질의는 황 총리의 이른바 '대통령 코스프레' 논란에서 비롯됐다. 원래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불리는 '코스프레'는 'Costume(복장)'과 'Play(놀이)'의 합성로로, 주인공 의상을 입고 마치 주인공처럼 행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이날 질의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면서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황 총리를 직격했다.
즉,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너무 대통령에 준하는 광폭 행보를 하고 있는 데 따른 야당의 뜨악한 반응인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에서 황 총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런데도 황 총리는 19일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출석이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야당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몸값을 높이다가 결국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
끝내 국회 출석을 거부했을 경우 떠안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 민심이 '황교안 퇴진'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격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결국 황 총리가 자초한 소모적인 국회 출석 논란은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거둬들이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21일부터 공식 개시되는 특검 수사, 22일 열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첫 준비절차기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청문회 등 민감한 정치 일정들이 이어지면서 황 총리와 야당의 기싸움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은 경제 분야였던 만큼 야당 의원들과의 날선 공방은 별로 없었지만, 21일은 비경제 분야여서 황 총리에 대한 공세의 수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국정농단 공범, 국정파탄의 핵심 책임자 황교안 권한대행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런데 황교안 권한대행을 둘러싼 이런 저런 불신은 황 총리가 '겸직(兼職)'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처신에 신중을 기한다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겸직은 자신의 본래 주가 되는 직무 외에 다른 직무를 겸하는 것을 말한다. 즉, 황 권한대행의 본래 주된 직무는 국무총리인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총리가 아니었으면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교안 총리는 자신의 낮은 목소리가 진지함이 아닌 권위주의로 받아들여지고, 딱딱한 인상이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不通) 이미지와 오버랩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황 총리는 '조속한 국정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 상황을 감안한다면 '국정 혼란의 최소화'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대통령 출마에 전혀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황 총리는 앞으로 소위 '대권형'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관리형'의 겸손한 소통 행보에 주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