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계란값 폭등과 관련해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외국산 계란 가공품과 신선란 수입을 추진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가 직접 수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란 수입단가를 감안할 경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계란수입, 운송비 50% 지원…할당관세율도 0% 적용농림축산식품부는 CBS노컷뉴스가 보도한 계란 매점매석 행위(12월 21일자)와 관련해 23일 '계란 수급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계란 수집상과 일부 식품기업들이 사재기 행위를 했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부처 합동으로 현장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와 식약처, 지자체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재고물량과 위생안전실태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합동점검결과 사재기 등의 행위가 발견될 경우 행정지도 또는 권고 등을 통해 투명한 시장질서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또, 가공용 계란의 주요 수요처인 제과, 제빵업체의 계란 원가 부담 상승과 관련해 난백(흰자위)과 난황(노른자위) 등 주요 가공품과 신선란을 수입할 경우 할당관세율을 현재 27%에서 0%로 아예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21.5%가 가공용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식품업체들이 수입산으로 대체할 경우 계란시장 안정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산 신선란의 소매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지속될 경우 계란 수입에 소요되는 운송비 가운데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란가격이 계속해 오르면 정부가 직접 계란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내 산란계 농장이 빠른 시일안에 생산기반을 회복할 수 있도록 AI 비발생 지역에서 병아리를 우선 사육한 뒤 발생지역 이동제한 해제 시 농장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 국내산 계란 1개에 235원 vs 미국산 계란 300원정부의 이번 계란 수급안정화 방안은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하고, 민간사업자 중심의 계란 수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수입 방안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지난 2014년 국제계란위원회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의 계란 산지가격은 1개에 137원이었다.
이에 반해 캐나다 산지가격은 164원, 호주는 157원으로 오히려 국내산 보다 비쌌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의 계란 산지가격은 94원으로 저렴했다.
이밖에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146원, 중국은 106원에 출하됐으나 이들 국가는 올해 AI 발생국으로 계란 수입 자체가 불가능해 비교의미가 없다.
농식품부는 가장 싼 미국산 계란을 비행기를 통해 수입할 경우 1톤당 운송비용만 2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50%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란 1개 평균 무게인 70g을 감안하면 1톤 당 1만4286개가 된다. 이를 운송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제외한 민간사업자 부담금 100만 원을 기준으로 1개당 운송비용은 70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 미국의 산지가격인 99원과 현지 육상 물류비, 인건비 등을 합치면 국내 도착가격은 최소 200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어, 국내 물류비와 도·소매 마진 등을 감안하면 미국산 계란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최소 300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2일 기준 국내산 계란의 소비자가격인 1개 당 235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미국산 계란을 수입할 경우 운송기간과 국내 검역절차 등을 거치면 7일 이상이 소요돼 계란의 품질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실장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정부도 인식하고 있지만, 국내산 계란 생산량이 계속해 감소해 최악의 상황이 될 경우에는 수입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수급 상황을 고려해서 최후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