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집단 탈당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규모 회동을 가진 뒤 분당을 선언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분당파 비주류와 잔류파 친박계가 본격적으로 보수 개혁 경쟁에 돌입했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얼룩진 당 색깔을 최대한 빼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주류 의원들은 탈당 선언 후 이틀 만인 23일 회의를 열어 대략적인 창당 로드맵을 내놨다. 모든 과정에 '변화와 개혁'을 녹여낸다는 차원에서 신당의 이름도 '개혁보수신당'이라고 정했다.
이들은 내달 20일 전후로 창당작업을 마무리하고, 정강 정책 결정부터 당 대표 선출까지 대부분의 과정에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 사당(私黨)이라고 비판 받았던 기존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초고속 창당'으로 보수개혁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어떤 의사결정도 한 두 사람의 의사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공개적 토론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며 "기존 정당 정치의 틀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신당을 만들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권주자로 영입하려 한다는 시각에는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황영철 의원은 "좋은 후보가 우리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모든 게 특정인 중심으로 움직여지거나 그런 것은 패권주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창당 시점을 내달 20일 전후로 맞춘 건 반 총장 귀국에 따른 탈당 효과까지 계산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인명진 신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사진=자료사진)
반면 잔류파 친박계는 이날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하며 당의 얼굴부터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줄곧 쓴소리를 이어온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히면서 '친박 색채'를 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인 전 위원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이완영 의원 국정조사 활동 중단'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인 전 위원장은 청문회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의원에 대해 "더이상 국조위원 활동을 하기에 부족하다"며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 전 위원장은 '분당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비주류 중심으로 나왔던 '친박 인적청산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본인들 스스로가 얼만큼 책임져야 할 지 잘 알 것"이라며 "본인들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이 정우택 원내대표에 대해 '친박 지도부'라며 대화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서도 "새누리당이 언제 야권이 인정해서 존재했느냐"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개헌을 고리로 한 대화 등 비주류나 야당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잔류파 역시 오는 2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인명진 비대위' 체제를 확정하고 개혁 경쟁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