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이 일선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
"교육부는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이 부당해도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하네요"
4년치 사회 과목 시험 문제지 원본 파일 제출 요구로 물의를 빚은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비례)에 대한 일선 학교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7일 관련 인사들에 따르면 전 의원측은 최근 17개 시·도 교육청에 중·고등학교 4년치 역사, 사회 시험 문제지 원본 파일을 취합해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고등학교에는 ▲한국사 ▲법과 정치 ▲사회문화, 중학교에는 ▲사회 ▲국사 과목으로 객관식, 주관식, 서울형 등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 제출을 모두 요구했다.
전 의원실은 공문에서 '시험지 원본 파일이나 파일이 없을 경우 인쇄된 시험지를 PDF 파일로 스캔해 지역 학교명/연도/학기/과목/중간기말 시험을 표시해 1월 6일까지 이메일로 송부하라'고 자세히 지시했다.
여기까지는 정부기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일상적인 자료 제출 요구였지만 자료의 내용이 문제였다.
학교별 시험지를 갖고 있을리 없는 교육청이 일선 학교로 전 의원의 공문을 전달하자 학교 측은 때아닌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학기 말인데다 4년치 요구를 한꺼번에 정리해 보내야 하는 작업이 학교 측으로선 크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
일부 학교는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전 의원실에 직접 파일을 서둘러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학년말에 바쁜 시기에 의원의 자료 요구까지 와서 일선 학교에서 부담을 호소했다"며 "이에 장학사 한 분이 교육부에 전 의원의 자료 요구에 대한 부당함을 질의했는데 교육부는 자료 요청이 부당해도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4년치 시험지를 한꺼번에 요구한 점은 국회의원의 갑질"이라며 "의원 특혜를 이용해 갑질하지 말고 교과 내용이 궁금하면 자녀분 학교 가서 학부모 자격으로 참관하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관련한 사상검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며 "많은 교과목 중 사회·국사만 콕 집어서 요구한 점이 의심된다"고 전했다.
'갑질'과 '사상검증' 논란이 일자 기한을 4년에서 2년으로 축소했지만 자료 제출 요구는 철회하지 않았다.
학교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의원실은 자료 요구를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설 연휴 전인 1월 27일로 기한을 연장했다.
의원실은 그러나 "협의 과정에서 있었던 이견과 견해 충돌에 대해서는 폭넓은 양해를 구한다"고 했지만 시험 자료 요구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회과목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을 아주 심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자료를 취합한 것"이라며 사상 검증 의혹을 부인했다.
관계자는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문제지를 취합해 외부 전문가 자문팀을 꾸려 분석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