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28일 "조기대선시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헌의 시점과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국민의 뜻을 담아내는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제 (의장) 임기 중 개헌이 이뤄질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믿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대선후보 모두 매우 구체적으로 개헌 공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과거에는 개헌 이야기를 해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국회 개헌특위가 내년 1월부터 가동되기 때문에 (향후 개헌논의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개헌특위를 굴러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이 이뤄진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개헌의 필요성에도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대선후보들이 개헌공약을 낸 뒤 차기정권이 개헌을 추진해야한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개헌구상'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지난 27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집단탈당해 창당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성공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데 많은 정치인들이 기여했다"며 "그 이후에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과정에서 집권여당으로서 공동으로 정부를 운영해왔지 않느냐"고 운을 뗐다.
정 의장은 이어 "그런데 이 업보가 간단하지 않다"며 "그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국민들이 지금 훨씬 깨어있어서 쉽게 잊어버리고 없던 일로 해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親文 아냐…文 '혁명 발언' 과해…潘, 국민들이 판단할 것"정세균 의장은 야권 유력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그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그 발언이)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헌재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바람을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헌재의 권위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품격에 걸맞은 대우와 말씀을 정치지도자가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1등 국민임을 세계에 과시했다면 정치도 일류가 돼야 한다. 혹시 2류, 3류로 인식되는 정치인 행보는 바람직하지 않지 않겠는가"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잘 아시다시피 저는 무소속이고 특정 계파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국내정치나 모든 문제에 정통해야 하는데 이분은 10년 동안 국외에 체류하지 않았나. 사실은 제가 반 총장을 미국에서 뵙고 북핵문제에 역할을 해주십사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탁드린 적이 있는데…"라며 에둘러 박한 평가를 내놓았다.
정 의장은 "아마 그런 부분들을 다해서 국민들이 자세히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상당한 정도로 국민들이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간단한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의 '불법 금품수수설'에 대해서는 "검증은 필요한데 음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냥 두면 확대재생산이 되고 유통될 수 있어,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면 정공법을 써 빨리 시시비비를 명백하게 가리는 게 지혜로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탄핵 후 黃 대행·여야·정부, 모자람 없다"정세균 의장은 탄핵정국 속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국정운영에 대해 "태생적 한계가 있음에도 지난 보름동안 잘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행정부와 여야 각 정당도 제 역할을 무난히 수행하면서 현 위기를 잘 감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의장은 이어 "정부의 각 부처 장관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마치 책임장관처럼, 자신이 의사결정권자로서 이런저런 간섭이 없어 더 책임있게 국정을 감당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여당이 청와대의 간섭 때문에 자율성을 상실하고 국회에서 여야합의를 이뤄놓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불행한 여의도'였는데 이제는 각 정파가 자율적 의사결정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정치적 타협을 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수치로 점수를 주고자 하면 결코 어느 그룹도 낙제점이 없고 수나 우를 줘도 모자름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권한대행체제 출범 이후 야권에서 제안됐다 불발에 그친 국회-정부협의체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29일이 되면 각 당의 원내지도부가 다 정립이 된다"며 "여야정이든 국회-정부협의체가 내년부터 가동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정 의장은 특히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과는 단절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라서, 그 점이 확실하게 실천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그래야 거기에 대한 신뢰를 갖고 야권이나 국회도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요청도 하고 주문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저는 사드에 관해서는 국회와 의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사용하면서 다른 부지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국민의 재산을 사기업에 양도하는 것으로 현행법으로 보면 국회 비준 사항"이라며 "현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판단은 어부성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왜 사드를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야 하는지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있다면 사드를 꼭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재로선 제가 사드를 중국과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둘러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없는지 충분한 정보가 없어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제가 드린 절차(국회 비준 동의 등)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는 "국민의 양해를 구해서 (한일정부가) 정보를 교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일정부는) 특수관계이기때문에 (이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양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