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이 들어간 정모 이사장의 강남 빌딩. (사진=송영훈 기자)
수년간 사학비리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서울 양천고등학교(상록학원)에 또 다시 사학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학교 정 모(84) 전 이사장은 지난 2010년 교육청으로부터 이사장 승인이 취소된데다 비리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까지 받았지만 지금껏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학비리의 중심에 서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사학비리 끝판왕'…이번엔 채용·횡령 의혹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양천고등학교(상록학원)가 이번엔 교원 특혜채용 및 부당 계약을 통한 예산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16일 양천고 행정실·교장실 등과 함께 정 전 이사장의 자택과 강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재단 채용비리 등 각종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A 건설도 포함됐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지난해 11월 있었던 서울시교육청의 양천고 고발에 대한 조치로 당시 시교육청은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양천고를 고발했다.
시교육청 감사결과 양천고는 지난해 있었던 '2015년 신규교원 선발'에서 규정상 2차 전형에서 탈락해야할 지원자 B 씨를 규정을 어겨가며 부당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지원자는 이번에 압수수색을 당한 A 건설 대표이사이자 상록학원 이사인 C 씨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천고 D 교장과 E 교무부장은 2차 서류심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B 씨를 탈락시키지 않고 합격시켰다. 이후 교장 단독으로 이루어진 면접평가서도 교장은 B 씨에게 최고점을 줘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상록학원의 사학비리 의혹을 파헤쳐온 김형태 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은 "정 이사장이 소유한 강남구 양재동 소재 빌딩을 A 건설이 시공해줬다"고 밝혔다.
양천고는 부당한 수의계약을 통해 학교 공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용역계약의 규모가 5000만 원을 넘을 경우 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해야하지만 양천고는 자체 수의계약으로 청소업체를 선정했다.
하지만 계약을 맺은 해당업체 직원은 오랫동안 정 전 이사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사람으로 양천고가 그의 인건비 지급을 위해 허위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렇게 2011년부터 4년간 학교예산으로 지급된 인건비는 9700만 원에 달한다.
◇ 법적처벌 받아도 이사장 영향력은 그대로
2차전형서 공동 최하위를 기록해 탈락해야 할 김모 지원자는 다음 전형서 최고점을 받으며 최종채용됐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상록학원 감사결과보고서)
정 전 이사장은 앞서 2010년에 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금품수수,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이사장 승인이 취소된 바 있다. 이후 서울남부지검은 같은 해 9월 정 전 이사장을 사기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도 했다.
또, 정 전 이사장은 기간제교사를 이중으로 임용하는 방식으로 시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내 2011년 4월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 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징계와 사법당국의 법적처벌에도 정 전 이사장의 재단 내 영향력을 차단할 방법이 없어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교육위원은 "정 전 이사장이 말만 이사장에서 물러났지 영향력은 그대로이고 학교에도 법인실, 설립자실 등 이름만 바꿔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재단 이사들이 정 전 이사장이 앉힌 사람들이라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년 간 이어지는 양천고 비리를 비롯해 끊이지 않고 있는 각종 사학비리는 약한 법적 처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