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과거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시절 가차없는 징계로 '저승사자' 별명을 얻었던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년 만에 고강도 개혁 칼날을 휘두를 태세다.
인명진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당시 강재섭 대표에 의해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된 뒤 김용갑 전 의원을 '광주 해방구' 발언 등으로 징계하는 등 서슬 시퍼런 개혁의 표상처럼 회자됐다.
이로써 당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특히 친박계와 불편한 관계을 맺었지만 개의치 않았고, 한나라당은 결과적으로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인 위원장은 이번에는 정우택 원내대표에 의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돼 당의 '혁명적 변화'를 위한 전권이 쥐어졌다.
그러나 인 위원장이 친박계 위주로 남은 새누리당 행을 택할 때만 해도 당 안팎에서 큰 기대를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비박계의 집단탈당에도 입장 불변을 외칠 만큼 완고한 당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아무리 '저승사자'의 칼날이라도 통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달 말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이 낮은 시점에서도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절대 그런 일 없다"고 극구 부인했었다.
그는 당시 "새누리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비대위원장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나를 또 제물로 바치려는 거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인 위원장은 지난 29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에 추인된 뒤 기자간담회에서도 국회의원 배지 반납 등의 이벤트성 조치를 주문하는데 그쳤다.
그는 또 "국민들께 용서를 구하라"거나 막말 금지 등을 요구했을 뿐 가장 관심인 친박 핵심들에 대한 인적 청산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2선 후퇴'와 '백의종군' 등을 약속함에 따라 이 정도 선에서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하루 뒤인 30일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 친박 핵심들에 대해 1주일 내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기습을 가했다.
그는 "인적 청산 없이는 비대위를 구성해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다음달 8일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친박계 인사들은 "이미 분당까지 된 상황에서 또 다시 당을 깨자는 거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새해 벽두부터 친박계와 인 비대위원장, 그를 영입한 정우택 원내대표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불가피해졌다.
인 위원장으로선 '친박' 해체를 통해 당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상의 뚜렷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친박의 조직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향후 1주일이 새누리당의 운명을 가를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