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운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인 위원장의 공식병명은 대상포진이다. 그러나 당 안팎의 의원들은 실제 병명을 울화증으로 지목했다. 구원투수로 당에 왔지만, 해체 분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비극적인 전망에 괴로워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인 비대위원장의 우려대로 인적청산 수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는 6일을 시한으로 친박 핵심 의원들에 탈당을 권고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2선 후퇴, 사회봉사 등 엉뚱한 대안을 제시했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인적청산 대상자들은 1일 긴급 별도회동을 갖고 아예 "차라리 나를 죽여라"라며 쇄신 바람에 재를 뿌렸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인명진, 비대위 수락 전 탈당 밝힌 의원에 '버럭'불편한 인 위원장의 심기는 비박계 의원들에 대한 화풀이에서 감지된다. 그는 최근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을 창당한 몇몇 의원들에 전화해 격한 언사를 쏟아냈다고 한다.
통화의 주된 내용은 배신감으로 전해졌다. 후원해주고 믿었던 의원들이 탈당해 새누리당이 해체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반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비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통화한 의원들의 반응이다. 비박계 의원들이 ‘분당(分黨)’을 결의한 날짜는 지난달 21일인 반면, 인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영입이 알려진 날짜는 23일이었다.
신당 소속의 한 재선 의원은 “인 위원장이 당에 오기 전에 이미 결정된 탈당을 어떻게 책임지라는 소린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무뎌지는 인적청산 → 어려워진 반기문 영입인 위원장이 느끼는 위기감의 원인에 대해 신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점이 위기감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초 타인의 새누리 비대위원장 수락마저 만류했던 인 위원장이 평소 절친한 서청원 의원 등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인 배경으로 반 전 총장 영입 건이 거론됐었다.
반 전 총장을 대권후보로 내세울 수만 있다면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씻고, 비박신당을 향한 추가 탈당 움직임도 차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이 인적청산 요구에 반발하면서 반 전 총장 영입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한 친박 핵심 인사는 “공산당도 아니고 무슨 숙청이냐”며 인 위원장 방침을 비웃었다.
서 의원과 최 의원, 홍문종·윤상현·조원진 의원 등은 1일 시내 모처에서 만나 인 위원장의 '자진 탈당' 요구에 반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 潘 좇는 '추가 탈당' 막기 역부족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혹은 신당 행(行)을 택하지 않고,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면서 인 위원장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친박계 핵심 중진 의원을 고리로 한 수도권 의원들과 정진석 의원 중심의 충청권 의원 20여명이 ‘새누리 인적 쇄신’ 여부와 무관하게 반 전 총장의 신당 창당을 위한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
인 위원장이 권고한 백의종군 의미의 탈당이 아니라 '제 살길 찾기' 식 탈당에 불과하다. 일단 둑이 무너지면 비박신당으로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있다.
인 위원장 입장에선 뼈 아픈 대목이다. 그는 28년 전 자신이 초석을 놓은 경실련에서 영구 제명당하는 불명예를 떠안으며 ‘새누리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71세의 고령에 90세가 넘은 노모를 돌봐야 하는 어려움도 ‘당의 해체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 뒤로 제쳐두었다.
하지만 ‘최순실의 남자들’로 지목된 의원들이 끝내 자진 탈당을 거부하고 버틸 경우 인 위원장으로 선 해산 분위기의 당 내부에 친박 핵심 의원들과 함께 남는 위험을 감수해야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