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 (사진=자료사진)
새누리당의 내분이 가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박계의 집단탈당 이후 '멸족'(滅族) 위기에 내몰린 친박계의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내세워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인 위원장이 '인적 청산작업'에 나서면서 내홍에 직면했다.
3일 나흘만에 당무에 복귀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일성으로 새누리당의 상태를 악성종양에 비유하며 강성 친박 핵심들의 자진탈당을 요구했다.
친박의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이 전날 소속 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인적청산 압박에 반발한데 대해서도 "무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서 의원은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성직자로서나 공당의 대표로서나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며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라"고 맹비난했다.
다른 강성 친박계들도 인 위원장의 인적청산 압박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정현 전 대표가 2일 탈당하긴 했지만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은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당을 지키겠다"는 등 강하게 버티고 있다.
인 위원장이 인적청산 시한으로 정한 8일까지는 이런 대치상태가 계속될 모양이다. 이 시한이 지나면 추가 탈당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는 새누리당에서 추가 탈당자가 나와 보수신당으로 향하든, 아니면 어정쩡하게 봉합해서 명맥을 유지하든 내부 집안 싸움의 종착지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은 이미 공당(公黨)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그들은 유권자에 의해 선출됐음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를 하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입과 눈과 귀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온 집단들이다. '원조친박'이니 '골박'이니 '진박 감별사'니 하면서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던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도 그들은 정치집단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도 저버렸다. 사죄와 반성, 2선 후퇴 등은 애초 그들과는 거리가 먼 용어들이다.
오히려 TK 자민련으로 남아 정치생명을 연장시키겠다는 의도인지, 원내대표 경선에서 똘똘 뭉쳐 비박계를 누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우려하는 것은 단지 그들이 정치생명의 산소호흡기를 떼지 않으려고 분탕질을 치면서 정치권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부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언론 노출빈도가 커지고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은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등을 통해 이 사회에 오랫동안 쌓여온 적폐들을 청산해야 할 시기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정치권의 구시대 유산이 갈길 먼 정유년의 숨가쁜 정치일정에 조금이라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