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촌 맥도날드 앞에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을 갖고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노동환경 실태 규탄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겨울방학을 맞아 알바에 나선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불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업주의 노동법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5년 청소년 근로실태조사 및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일하는 청소년 중 27.7%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또 38.4%는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하고 있었고, 그나마 계약서를 작성한 청소년들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한다는 답변은 33.1%에 그쳤다.
특히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변상에 대한 책임을 아르바이트 청소년에게 전가하는 등 부당서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32.8%나 된다.
이마저도 15~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이 가운데 사회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들이나, 더 나이가 어린 중학생들의 노동조건은 더 열악할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정부와 노동계, 시민단체 등은 당장 고3부터 산업현장에 나서는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노동법 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나 중학교, 특히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 대부분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노동법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고용노동부도 지난해부터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나섰다.
청소년근로권익센터 황대윤 팀장은 "제 경험으로는 특성화 고등학교는 거의 교육을 받지만, 대부분 강당에 전교생을 모아놓고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떨어진다"며 "반별로 찾아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도 시도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워낙 많은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에서만 교육을 하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접촉할 길이 없다"며 "정작 학교 밖 청소년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고, 특히 생계를 위해 장시간 노동하기 때문에 실제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제도권 교육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동법 교육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황 팀장은 "청소년들은 비단 돈만 조금 받을 뿐 아니라 어른인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욕을 듣는 등 부당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노동청이나 센터로 오기보다는 경찰서부터 찾아가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서울시 교육청과 함께 경찰 청소년계 담당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청소년들이 성인인 고용주에게 자신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용주들의 의식 개선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이수정 노무사는 "청소년의 노동권을 구체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보호는 이뤄지지 않고, 대신 청소년들이 잘 모르니 교육을 시키고 알아서 권리를 지키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청소년들은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특수고용형태이거나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려워 일반적인 노동법 교육은 힘을 잃는다는 지적이다.
황 팀장은 "운전 교육을 이수해야만 면허를 받고 운전하듯, 사업자 등록을 할 때부터 일정 시간 이상 노동법 교육을 받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어길 경우 임금 체불을 처벌하듯 과태료를 매기거나 세제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노조 용윤신 사무국장도 "최근 84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이랜드 사태를 맞아 '이랜드 방지법'을 제안하고 있다"며 "사업주를 모아 위생교육이나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하듯 사업장 내에서, 혹은 같은 직종의 사업장을 모아 연간 1차례씩 노동법 교육을 진행한다면 '법을 몰랐다'는 핑계로 부당노도행위를 일삼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