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 추정 문건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블랙리스트에 관한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내용을 곰곰이 살펴보면 박근혜 정권은 그야말로 반(反)헌법적 독재 정권임이 입증된다.
문화예술계에 국한되는 줄 알았던 블랙리스트는 언론계에도 체육계에도, 교육계에도 있었다. 언론들을 성향과 논조별로 분류해 딱지를 붙이고 차별했고, 체육계 단체들도 분류해서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제한하고 맘에 안드는 인사들은 여지없지 찍어냈다.
국·공립 대학 총장들은 직선제로 선출해도 1순위자를 임명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스스로 포기하게 하거나, 2순위자를 임명했다. 공공이라고 분류가 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관에서 인사 등을 할때 블랙리스트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정권은 가히 전방위적으로 세칭 '불순분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들에게 지원금을 끊고, 일자리를 끊고, 온갖 불이익을 선사했다.
이런 블랙리스트의 작성에는 청와대, 문체부 뿐 아니라 국정원 등 다른 기관들도 개입했다는 의혹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정원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온갖 단체들의 사찰자료를 청와대에 보고했고 이는 정무수석실을 통해서 리스트가 되었다고 하니, 국익을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도와야 하는 국정원이 사실상 심부름센터가 된 격이다.
블랙리스트의 적용 범위는 한반도에 그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해외 한국문화원에서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고 여기엔 총영사 등 외교라인까지 관여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특히 뉴욕 한국문화원의 전시회 관계자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한국문화원 측에서 예술가들 명단을 주면서 '한 번 조사를 해보라'고도 했고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중에서 '사상이 의심'되는 자는 배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자를 엄벌하는 나라가 아닌가? 그런 곳에 가서도 대놓고 억압을 자행했다니 그 배짱이 경이로울 지경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나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 혹은 단체에게는 단 한 푼의 세금도 쓰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국가의 돈이 곧 자기 재산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등급을 나누어서 블랙리스트의 최상위에 해당하는 단체나 사람들은 아예 고사를 시키려고 했던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문화예술계 900여 인사들은 블랙리스트가 본격화 된 이후엔 단 한 푼의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고, 정부가 관여하는 행사에는 단 한 차례도 참여할 수 없었다. 이런 작태를 보이면서도 문화융성을 정책 과제라고 떠들었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더니 전 우주에서도 이토록 무식해서 용감해진 이들을 찾을 수 없을 듯하다.
이런 대통령을 변호한답시고 "여론 재판에 의해 소크라테스처럼 예수처럼 희생당하고 있다"고 떠드는 법조인들도 있으니 소크라테스가 무덤에서 돌아눕고 예수가 자괴감이 들어 눈물을 흘릴 상황이 아닌가?
블랙(black)리스트를 만들어 배제하고 화이트(white)리스트를 만들어 우대하는 나라에선 배제의 리스트에서 빠지는 기술이 늘고 특혜의 리스트 안에 들어가려는 줄서기만 발달한다. 그러다보면 정의는 사라지고, 질서는 붕괴되고, 시장은 불안해지고, 경제는 양극화된다.
당연히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창조력은 사라지고, 편법으로 나의 이득만 챙기는 창조력만 극대화되니 문화는 괴멸되고 예술은 타락한다. 적의 침공이 없어도 그렇게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를 위해 세금을 내고 군대에 가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걷은 세금을 비선실세의 계획표에 따라 자기편에게만 지급하는 자들을 위해? 그게 나라인가? 예수께서도 그러라고 세금을 내라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