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한 이래 한달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탄핵사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시에, '무시 전략'을 선보였다. 국정조사 거부로 국회를, 취재 제한 간담회로 언론을, 심판 불출석으로 헌법재판소를, 촛불민심에 색깔론을 덧씌워 국민까지 잇따라 무시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의결서를 받은 날 "피눈물이 난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다"는 소감을 측근들에게 밝힌 이래 지난주 기자간담회를 열 때까지 23일간 아무런 대외 행보 없이 암중모색에 들어갔다.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전략을 다지는 한편, 불리한 외부변수는 철저 차단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16일 국회의 국정조사 현장조사는 무산됐다. 청와대 경호실을 통한 '군사비밀 보호' 명목으로 입법부의 조사·검증을 거부했다. "최순실에게는 문을 열고, 국민의 대표에게는 닫는 청와대"(개혁보수신당 하태경 의원)라는 비난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 때는 행사시작 30분전 '소집'을 통보하고, 노트북 컴퓨터와 사진기 지참을 불허하는 등 방식으로 언론을 사실상 '통제'했다. 사실관계를 묻는 기자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했고, '나는 잘못 없다'는 메시지만 반복했다.
이처럼 장외 여론전을 펴면서도 헌재 심판정에는 불출석했다. "법정 밖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월호 7시간' 구체자료 제출 명령마저 2주째 이행않고 미루면서 헌재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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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헌재 변론 도중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국민을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했다. 팬클럽 '박사모' 등 4~5%(한국갤럽 기준) 지지자의 탄핵기각 요구만 민심이고, 이들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도발적 주장이다.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상 국민 기본권을 무력화하고, 반대파를 '교전 대상'화하면서 공화제 정치 체제에 대한 거부감까지 드러낸 이 변론은 또다른 차원의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
박 대통령의 행보는 자신을 향한 모든 도전은 회피하고, 자신이 무고하다는 항변만 쏟아내면서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지세가 확산되면 헌재에서의 탄핵 기각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일각에서는 설연휴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추가 언론 접촉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도전자를 '반국가'로 몰고, 심판자들은 무시하는 박 대통령의 유아독존적 시도"(야당 관계자)는 역효과의 위험도 갖고 있다.
당장 7일 광화문 광장에 수십만의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 대통령이 탄핵가결 때까지 버틸 연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물론, 이재만·안봉근·이영선 등 '측근의 불출석'이란 '무시'에 시달린 헌재 재판관들의 '심기'도 중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