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이 새해 벽두부터 간단치 않은 시련을 맞게 됐다.
미국 트럼프 새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와 남북관계 등 각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일본과는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로 극심한 갈등에 빠졌다.
하지만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외교안보의 컨트롤 타워은 아무래도 제 기능을 하기 힘든 상태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부산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자국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일본은 대사 귀국 조치 뿐 아니라 양국 간 진행 중인 경제·금융 협력까지 일부 중단하는 강수를 두며 우리 정부를 거세게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제재성 조치를 가함으로써 한중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기고문에서 '사드 반대'를 중국의 외교정책 방향으로 꼽았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면담한 자리에선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이지만 강경하게 드러냈다.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운 가운데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묘수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이 대사를 귀국 조치하는 강수를 둔 상황에서 우리 외교부는 해당 대사를 사실상 '초치'하면서도 '면담'이라고 설명하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보복성 조치에 대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고만 설명했을 뿐 별다른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한·중, 한·일 간 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여러 분야에서 얽혀있는 중국이나 일본과 갈등을 겪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는 또 다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중대 시험대에 오를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가고 있다. 야당과의 협의나 예고없이 이뤄진 전격적인 회동이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이명박 정부와 달리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미중 간의 균형을 잡으려 하는 듯 보였지만, 전략 오류와 실책으로 양국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는 위기를 자초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트럼프가 북한의 도발에 선제타격론이나 대중 압력 강화 등 압박 외교를 전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전례없이 심각해진다.
이같은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정상외교의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지만 황교안 대행 체제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현재로선 현상 유지에 진력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최대한 빨리 나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는 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는 현재의 국정공백"이라면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외교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 국민 여론을 제대로 듣고 현상 유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