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거주 및 집무 공간으로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중요 국가 안보시설이어서 내부 구조나 배치, 특히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국가기밀에 해당하며 어떤 나라, 어느 정부에서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자료에 맨 처음 들어있는 내용이다. 이렇게 전제를 깔고 아주 예외적으로 7시간의 행적을 공개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나라 어느 정부도 관저 내부구조와 배치, 대통령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을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선은 분 단위로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총리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매일 그의 동선이 분단위로 신문 지상에 소상히 소개된다.
특히 미국의 9.11테러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 국가 중대사가 터졌을 때는 당시 대통령이나 총리의 동선과 지시가 분초단위로 공개되고 분석됐다.
그렇다면 관저 내부는 어떨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백악관 관저(First Family's Residence)를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관저를 소개하면서 "이곳(관저)은 미국 국민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잠시 머무르는 곳이며 임기가 끝나면 다시 시민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말마따나 청와대 관저 또한 국민의 소유다. 대통령은 잠시 그곳에 머물다 후임자에게 넘겨줘야 한다. '어떤 나라 어느 정부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의 답변서는 그 전제부터 틀렸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머물고 있는 관저 내부를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유튜브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