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타이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하자 보따리상들이 짐을 챙겨 나오고 있다. (사진= 구민주 기자)
영하의 추위가 강타한 지난 11일 오전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중국 옌타이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하자 터미널 입구로 600여명의 '보따리상'들이 카트를 끌고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갖고 나온 초록색 자루 안에는 말린 고추와 깨, 팥 등이 담겨져 있었다.
보따리상들은 갖고 나온 자루들을 챙겨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승합차에 실었다.
조금 전 도착한 보따리상들은 오후 8시에 출발하는 배를 또 다시 타기 위해 중국으로 가져갈 밥솥과 화장품, 의류 등 물건을 갖고 대합실에 모여 짐을 정리했다.
이렇게 일주일에 3번씩 중국을 드나들며 장사하는 우리 보따리상은 지난해 사드배치 논란 이후 근심이 늘었다.
중국 세관의 통관심사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주일에 배 삯과 식비 등 경비를 제외하고 챙길 수 있는 돈이 10만 원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5년째 옌타이를 오가며 보따리상을 하고 있는 박모(61·여)씨는 "상인들의 피해가 많다. 사드 문제 이후에 중국세관이 깐깐해졌다"며 "전에는 몇십키로씩 갖고 다녔는데 지금은 중국세관에서 막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좀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에 다니는데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따리상들을 포함한 승객들이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 대합실에서 대기하고 있다.(사진= 구민주 기자)
설상가상 보따리상에 뛰어드는 중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자리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벌어들이는 수입이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기 때문에 매년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항의 선사와 소무역연합회 등에 따르면 최근 평택항을 이용하는 보따리상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중국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옌타이에서 온 600여명 의 상인 중 한국인은 150여 명에 불과해 보였다.
보따리상 김모(73)씨는 "근래와서 한국 사람들이 보따리상을 많이 그만뒀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더라"며 "젊은 중국 보따리상들이 많아지다 보니 문화적 차이도 크고, 부딪히는 부분도 많아 힘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보따리상들은 사드배치로 인한 외교적 마찰과 몰려드는 중국인들로 인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태용 평택항 소무역연합회장은 "배 안에서의 생활도 힘들고 돈벌이도 안 되다보니 우리 보따리상들이 10년 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라며 "보따리상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