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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라고 하셔도 취재를 멈출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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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라고 하셔도 취재를 멈출 수 없습니다"

    지역MBC 기자들도 '반성문'… PD·아나운서들까지 피케팅 동참

    전국 16개 지역 79명의 MBC 기자들이 '반성문'을 냈다. (사진=유튜브 캡처)

     

    2%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지고 '청와대 방송'이라는 비판을 듣는 MBC뉴스에 대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지역MBC 기자들 79명이 반성문을 냈고, 기자들뿐 아니라 PD·아나운서들도 나서서 현재 MBC 상황을 비판하는 피케팅을 벌였다.

    전국MBC기자회는 12일 유튜브에 '용기를 낸 막내기자들을 위한 지역MBC 동료들의 경위서'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2014년부터 신입을 뽑지 않아 여전히 '막내'로 남아있는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는 지난 4일 실명과 얼굴을 건 반성문 동영상에서 '보도 정상화'를 위해 △김장겸 보도본부장·최기화 보도국장 사퇴 △해직 및 징계 당한 기자 복귀를 요구한 바 있다.

    전국 지역MBC 16개 지역의 79명 기자들이 참여한 이번 동영상에는 먼저 용기를 낸 막내기자들에 대한 고마움뿐 아니라, 오랜 시간 '공영방송' 역할을 해 오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반성이 함께 담겨 있었다.

    용기를 낸 막내기자들을 위한 지역MBC 동료들의 경위서
    지난 2013년 말 사회 문제를 한탄한 대학생들의 이 대자보('안녕들하십니까')가 확산될 때 저희는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부패한 권력이 서서히 민낯을 드러내는 그 순간 강자의 횡포가 심해지고 약자의 고통이 커지는 그 지점에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공영방송에 속한 기자로서 여러분들의 안녕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참담함 부끄러움 자괴감 분노 절망 두려움에 치를 떨며 보낸 지난 5년. 저희의 자존심이자 존재 이유인 뉴스데스크가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 앞에 좀 더 몸을 던져 싸우지 못했고 그래서 결국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먼저 살피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MBC는 서울MBC 말고도 16개 지역 계열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끈끈한 네트워크의 힘을 바탕으로 그 어떤 언론사보다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살아있는 뉴스를 전한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갔고 사드 배치, 신공항 등 지역 현안들 앞에서 무엇보다 지역의 낮은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지역MBC는 때론 서울MBC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울이라 다르다고 포기했고 지역뉴스라도 살려보려고 악착같이 뛰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저희는 다 같은 MBC였습니다.

    지역 현장에서 취재한 세월호 뉴스가 사드를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서울MBC를 통해 제대로 방송되지 못할 때 살아있는 권력을 과감히 비판하는 뉴스가 비겁한 논리 앞에 부끄럽게 사장될 때 동물, 날씨, 일회성 사건 뉴스만 찾는 서울MBC 편집자들의 구미에 맞게 뉴스를 만들었습니다.

    MBC뉴스가 망가지는 것에 화가 나 치열하게 싸워왔지만 결국 졌고 5년을 숨죽여 지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MBC 엠빙신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지역 촛불집회에서도 서울 광화문 못지않게 저희를 향한 시선은 따가웠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 3년차 막내기자들이 낸 반성문은 다시 눈물나게 합니다. 그들의 용기만큼 우리의 싸움은 치열했을까. 막내들의 용기에 저희들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부끄럽고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더욱더 저흰, 그래서 더욱더 저흰, 그래서 더욱더 저흰, 취재를 멈출 수 없습니다. 취재를 멈출 수 없습니다. 취재를 멈출 수 없습니다. 취재를 멈출 수 없습니다.

    개쓰레기라고 하셔도 촛불집회를 기록할 것이고 세월호를 취재할 것이고 부정부패를 감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싸우겠습니다. 여러분의 안녕을 지켜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삭제된 채널 MBC를 다시 여러분 곁에 삭제된 채널 MBC를 다시 여러분 곁에 찾아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때까지 손가락질을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비난을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공영방송 MBC 되찾겠습니다. 저희는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멈추지 않겠습니다. 멈추지 않겠습니다. 멈추지 않겠습니다.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 PD·아나운서들도 "안광한 경영진 물러나라"

    13일 MBC 예능국 임남희(왼쪽에서 첫 번째), 권성민(왼쪽에서 두 번째) PD가 MBC 기자들과 함께 안광한 경영진을 비판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MBC PD협회 제공)

     

    현재 MBC 상황을 비판하며 안광한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점차 커지고 있다.

    MBC PD협회(협회장 송일준)는 '비선실세' 정윤회 씨 아들 배우 정우식이 MBC드라마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인 지난달 16일부터 피케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시사·예능·드라마·라디오·편성 등 각 부문 PD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피케팅을 진행 중이다.

    오늘(13일)은 예능 부문의 임남희, 권성민 PD가 각각 '청와대의 마지막 친위대 MBC를 비난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와 'MBC 추락 책임지고 안광한 백종문 사퇴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PD들은 그동안 'MBC를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 안광한 경영진은 보이지 않는가', 'PD의 자율과 창의를 짓밟는 안광한 경영진 물러가라', '안광한 백종문은 당장 물러나라 침몰직전 MBC 우리가 살려내자', '시청자가 사라진다! 제작진은 떠나간다! 무능, 부도덕한 경영진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MBC 시사보도 궤멸시키고 이젠 드라마까지 망치려는가? 책임자는 사퇴하라!' 등의 피켓을 들었다.

    MBC 내부 PD사회도 기자들만큼이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광한 체제 이후 교양국이 해체돼 PD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지난달에는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이 정윤회 씨 아들에게 캐스팅 특혜를 주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2년 간 10여 명의 PD들이 예능국을 떠난 가운데, 불과 며칠 전 황교진 PD, 제영재 PD, 김민종 PD, 조희진 PD 등의 이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 경영진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일 MBC 허일후 아나운서(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정근(오른쪽에서 첫번째) 아나운서가 피케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경영진을 비판하는 움직임은 아나운서들에게까지 옮겨갔다. MBC 아나운서협회(협회장 김범도)는 12일부터 피케팅에 동참했다.

    이날 허일후 아나운서와 김정근 아나운서는 11명의 아나운서 이름과 함께 '보고싶습니다 듣고싶습니다', '부당하게 쫓겨난 11명의 아나운서 즉시 복귀시켜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투쟁을 내걸었던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170일 파업 이후, 여전히 11명의 아나운서들이 타 부서로 가 있기 때문이다. 변창립,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상호,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손정은, 오승훈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심지어 아나운서협회장인 김범도 아나운서까지도 타 부서에 있는 상황이다. 파업 이후 10명의 아나운서가 MBC를 떠났다.

    업무의 특성상 한 자리에 모이기 더욱 더 쉽지 않은 만큼, MBC 아나운서협회는 매주 목요일마다 피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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