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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숨어 지내는 女노숙인…한파 속 벼랑끝 내몰려



인권/복지

    화장실에 숨어 지내는 女노숙인…한파 속 벼랑끝 내몰려

    겨울 맹추위 속, 사회 최빈층인 거리 노숙인 중에서도 한층 더 소외된 여성 노숙인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은 각종 성범죄에 노출된 채로 공공화장실 등에 숨어지내고 있지만 지원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사진=자료사진)

     

    ◇ 화장실로 숨는 여성 노숙인

    눈발이 휘날리던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모자를 푹 눌러 쓴 한 여성 노숙인이 다리를 절며 카페로 들어섰다.

    그는 주문대를 지나쳐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 한 켠에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않던 그는 한참 뒤 새카만 행주 한 장을 손에 들고 나와 세면대에서 빨래를 시작했다.

    행주에서는 구정물이 흘러나왔고, 깨끗해진 행주로 그는 겉옷과 신발을 한번씩 더 닦은 뒤 다시 행주를 빨았다.

    CBS 취재진이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힐끔 쳐다보고는 절뚝이는 다리를 이끌고 빠르게 바깥으로 향했다. 겨울철 씻을 곳이 없어 따뜻한 물을 찾아 헤매는 여성 노숙인들의 모습이다.

    그나마 이런 불편은 여성 노숙인들에게는 사소하다.

    여성 노숙인들은 폭행, 집단 성폭행 등에 항상 노출돼있을 뿐더러 길거리에서 행방불명되기도 한다.

    거리 노숙인을 돕는 봉사단체 '거리의 천사들' 의 봉사실장 유태영(55) 씨는 어느 날 한 여성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도움을 청하는 한 여성 노숙인의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 해당 여성은 "노숙을 하다 남성들에게 맞기도 하고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다"며 "도와주겠다고 해서 남성을 따라갔다가 일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자를 따라갔더니 다른 남자 여러명이 있었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고 나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여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줬지만 그 후론 여성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지난 13일, 거리 노숙인들이 눈 내린 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 강혜인 기자)

     

    ◇ '몇 명인지도 몰라요'

    상황이 이렇지만 노숙인을 위한 지원 시설이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탓에 여성 노숙인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지원 대책의 기초가 되는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 노숙인 현황을 관리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여성 노숙인과 남성 노숙인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합산한 수만 관리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거리 노숙인 같은 경우는 길에서 눈으로 카운트를 하는 정도로 관리되기 때문에 여성 노숙인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나름대로 통계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남성 노숙인은 5676명으로 집계됐고 여성 노숙인은 1347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노숙인이 남성 노숙인의 약 24% 수준인 셈이다.

    ◇ '잔여복지'에 그치는 여성 노숙인 복지

    그렇지만 1300여명의 거리 여성 노숙인을 재워줄 수 있는 여성용 노숙인 일시보호 시설은 서울 시내에 단 한 군데에 그친다. 이마저도 수용 정원은 35명에 불과하다.

    역 주변 거리 노숙인을 보호하는 서울역 앞 다시서기 센터도 기존에는 여성 노숙인과 남성 노숙인 모두 이용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공사에 들어가 남성 노숙인만 이용이 가능하다. 공사는 11월부터 1월 까지, 가장 추운 겨울에 진행된다.

    여성의 자활·자립을 돕는 시설도 서울 내 2~3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노숙인의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도 여성 노숙인을 판매원으로 두고 있지는 않다.

    빅이슈는 최근 여성 노숙인을 상대로 '빅이슈 위드 허(with her)'라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잡지를 포장하는 업무에 그칠 뿐, 여성 노숙인을 직접 판매원으로 두고 있는 외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노숙인들을 돕는 시민단체 홈리스행동 측은 "노숙인을 위한 복지는 남성 위주인 데다가 여성이라는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노숙자인을 위한 복지는 잔여복지, 즉 남으면 돕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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