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기철씨 영정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피해자가 또 사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삼성전자 화성 공장에서 근무했던 김기철(31) 씨가 지난 14일 새벽, 5년 간의 투병 끝에 결국 사망했다고 15일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06년 11월 삼성 협력업체 크린팩토메이션에 입사해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15라인에서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공정에서는 수백 가지의 화학 물질이 사용됐다.
이 중에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 등의 발암물질과 메탄올 등의 독성화학물질도 포함됐고 김 씨는 이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일을 했다.
그러던 중 2012년 9월 급작스러운 잇몸 출혈이 일어나 병원에 찾은 김 씨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당시 27세의 나이였다.
한달 뒤인 10월, 김 씨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이 높아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김 씨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요청한 업무 환경에 대한 자료를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김 씨의 병세는 2015년 12월 악화됐고 조혈모 세포 이식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반올림 측은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며 "5년 간의 힘든 투병 끝에 더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기철 씨를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반올림 측이 파악한 삼성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피해자는 225명, 이 중 79명이 사망했다. 백혈병으로 보면 32번째다.
앞서 삼성 측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2년간 일 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려 24세의 나이로 사망한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에게 500만원을 건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