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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정권교체 vs 정치교체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현재 여론조사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현재 여론조사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반 전 총장이 귀국과 동시에 내건 '정치교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도화선이 됐다.

    반 전 총장은 "정권을 누가 잡느냐의 정권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제도 개선을 통한 '정치 업그레이드'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로만 가능하다"고 맞대응하면서,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의 모토를 문제 삼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시절에 '정치교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실 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의 모토를 문제 삼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시절에 '정치교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때 "정권교체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로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교체'라는 말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강조했던 메시지다. 실제로 故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 때 "정권을 바꾸지 말고 정치를 바꾸자. 우리는 선수교체와 정치교체를 통해 국민에게 새 희망을 안겨주겠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와 같이 '교체(交替)'라는 표현이 정치권의 이슈가 된 것은 바야흐로 대선이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선거를 앞두고 으레 등장하는 이른바 '바꿔 열풍'의 연장선인 것이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지금의 탄핵정국에서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가운데 어떤 화두가 더 정치적으로 확장성을 갖느냐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순택 여사와 함께 1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문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 10년의 적폐를 청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권교체' 논리로 야권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반 전 총장은 '반(反) 문재인'의 정파간·지역간 연합을 위해 개헌을 연결고리로 한 '정치교체'를 강조하며, 기존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귀국 이후 반 전 총장의 언행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 그가 내건 '정치교체'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지는 미지수다.

    12일 오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항철도 탑승을 위해 발권을 하는 가운데 만원 지폐 두장을 겹쳐 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항철도 발권 미숙, 꽃동네 턱받이, 현충원 방명록 베껴쓰기, 퇴주잔 논란은 그렇다 손 치더라도 박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전화통화에 이어 대권 행보와 관련한 '돈과 조직'까지 언급한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한 두 마디 정치적 수사(修辭)로는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1천만 촛불 민심의 호응을 받을 수 없다.

    정권교체든 정치교체든 절박함과 진정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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