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이한형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논란이 되는 등에 대한 정부 책임에는 언급 없이 "세월호 인양은 정부를 믿어라"라고만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분양소에 헌화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방명록에서 "국민의 생명보호는 국가의 의무"라며 "희생자 여러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들의 고통을 같이 나누겠다"고 적었다.
분향소 방문 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난 반 전 총장은 세월호가 빨리 인양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미수습자 가족들이 거주하는 임시 컨테이너에서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은 반 전 총장은 안산을 지역구로 든 새누리당 박순자 의원에게 세월호 사고 이후 가족들의 어려움과 인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반 전 총장은 "정부가 세월호 침몰 때 좀 더 효과적으로 신속히 대응했더라면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며 "이런 참사에 대해 무슨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권재근씨의 형 권오복씨는 "정부에서 인양을 결정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는 인양이 없다"며 "인양이 포함된 개정안이 2월 임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가족들에게 "정부가 빠른 시일 이내에 인양하도록 노력한다고 하니 제가 옆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는데 같이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족들에게는 "용기를 가지시고 어려움을 잘 극복해나가셨으면 하는 소망"이라며 "제가 브리핑 받기로는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니 그 점은 정부를 믿으셔도 된다"고 가족들을 다독였다.
이에 대해 은화 엄마 이금희씨는 "배가 올라오면 사람부터 찾을 수 있도록 미수습자 9명을 가족에게 보내달라"며 "(희생자들이 있는)안산 화랑묘지도 방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가운데 '박근혜정권 퇴진 진도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반 전 총장은 은화 엄마, 다윤 엄마와 함께 컨테이너를 나와 팽목항 등대까지 함께 걸으며 위로했다.
그러나 그의 팽목항 방문을 항의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반 전 총장은 황급히 팽목항을 빠져나와 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지난 2011년 이후 6년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