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4일이면 공식 수사기간 70일의 절반인 반환점을 돌게 된다.
박영수 특검은 출범 당초 특검법상 명시된 14개 수사 대상을 70일이라는 한정된 시한 내에 다 들여다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길지 않는 시간 안에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특검에 구속된 국정농단 인사만 10여 명이나 된다. 역대 12번의 특검 수사가 있었지만 구속자가 이처럼 많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과거 특검들이 출범 초기 간판을 내걸 때는 큰 기치를 내 걸었으나 종국에는 흐지부지해 결국 특검 무용론을 야기시켜 온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물론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 되면서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부정적인 여론이 일면서 위기에 빠지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시키면서 다시 탄력을 받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블랙리스트 부분은 기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특검이 독자적으로 쌓아올린 큰 성과로 기록된다. 더욱이 블랙리스트 사건이 박 대통령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뇌물죄 혐의보다 더 결정적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아직도 박영수 특검이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이 많다. 우선 특검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최순실씨와 '법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한 철저한 수사와 증거 확보가 요구된다.
최순실 씨와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 (사진=자료사진)
또한 K스포츠와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입증이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 삼성그룹과 최순실씨, 박 대통령 간에 수 백 억원의 돈 거래 정황은 드러났지만 당사자들 모두 대가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에 대한 조사에 특검팀이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가 주목된다.
또한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요구된다. 일단 이번 주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뒤 설 연휴가 지난 후 다음달 초순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를 시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아직 국가원수 신분이여서 압수수색이든 대면조사든 청와대가 반대하면 불가능하다는 어려운 점이 있다.
예정대로 라면 다음달 28일 끝나게 되는 박영수 특검팀은 산적한 난제에 대해 "수사기간 연장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말로 남은 기간 안에 승부를 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일정에는 맞추지 못하더라도 특검은 수사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해서 사법처리 여부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대통령이 입으로는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누차 말했지만 막상 때가 되면 요리조리 여러 핑계를 대거나 특검을 거부할 권한을 내세워 특검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빨리 특검수사를 자처해 받으시기를 권하고 싶다. 국정농단의 몸통 혐의를 받고 있는 범죄 혐의자로서 특검의 대면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신분을 갖고 수사를 받는 것과 시간을 끌다가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통령 신분을 잃은 상황에서 강제 수사를 받게 되는데 어느 것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당연히 대통령의 지위를 존중받는 상황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박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이번 주가 향후 박영수 특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인데 특검은 지금까지 잘 달려왔듯이 앞으로도 끝까지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 줄 것을 믿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