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지난 연말 이뤄진 국가정보원 인사에서 야권과 가깝거나 정치색이 옅은 간부들 상당수가 주요 보직에 배치된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인사가 이뤄지면서 사정기관 인사에 공공연히 개입해왔던 비선실세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23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이 출신지역과 성향에 따라 인사를 했다면 이번에는 내부 기준에 따라 인사를 하다 보니 과거에 배제됐던 인사들이 좋은 보직에 가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병호 국정원장이 추모 전 국장을 승진 대상에서 배제한 내용의 인사안을 마련했다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승진시키도록 지시해서 인사를 다시 했다고 들었다"며 "탄핵 정국 속에 이뤄진 이번 인사는 이런 것(외부 개입) 없이 내부 인사 기준에 따라서 하다 보니 종전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 역시 "실력이나 인사고과에 따라 인사를 하다 보니 주요 보직이 야권 성향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하에 국정원은 완전히 TK(대구‧경북) 중심 인사였는데 이번 인사에서는 그런 것들이 많이 해소되고 순화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현 정부 들어 밖으로 돌던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요인을 배제한 채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인사를 한 결과, 마치 야권 성향 간부들이 전진배치 된 것 같은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반면 익명을 원한 다른 인사는 "밖(청와대)에서 강하게 개입하던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며 "이번 인사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이헌수 기획조정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조실장은 2014년 10월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되는 소동 끝에 4년째 재직 중인 '장수 실장'이다.
당시 권력 실세들은 국정원의 조직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하는 과정에서 이 실장의 사의를 종용했다가, 논란이 되자 청와대가 이를 반려하는 형식으로 재신임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자 국정원이 이를 염두에 두고 '야권 채널' 마련 차원에서 이런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