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진=박종민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순실은 '금기어'가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이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인 지난해 10월 13일 안 전 수석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최 여사' 이야기 하는 것은 금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 녹음파일에 따르면, 정 전 이사장은 자신의 이사장직 유지와 당시 진행 중인 사업을 계속 추진해도 되는지 묻는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서 빨리 정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등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최씨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라는 것이다.
정 전 이사장은 '금기'인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안 전 수석에게 '금기'라는 말을 들은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자료사진)
다만 이날 전화통화에서 안 전 수석이 최씨 이름을 처음 언급했고, "두 사람은 서로 잘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이사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고 폭로했다.
그 이유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움직여 대기업들로부터 재단 기금을 출연받기 위해선 대통령의 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안 전 수석을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나 "K스포츠재단이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차원에서 만들어진 만큼 VIP 관심이 많은 사안이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도 이유로 꼽았다.
정 전 이사장은 또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자신의 뜻을 재단에 전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단의 중요 의사결정은 최씨의 지시를 받은 뒤 이를 안 전 수석에게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두 사람의 결정이 대부분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씨가 단독으로 처리하는 일은 없었다고 본다. 안 전 수석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며 "두 사람이 하모니(화합)를 이뤄서 재단 운영에 자문을 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최씨와 안 전 수석이 며칠 사이로 정현식 재단 사무총장과 감사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등 인사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