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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개정판)

     

    <국가란 무엇인가=""> 개정판은 2010년 첫 출간 이후 새로운 사례들을 추가했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초판이 나왔을 때부터 한 권으로 잘 정리된 국가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서고금의 저명한 철학자와 이론가들이 펼친 ‘국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일목요연하게 소개되어 있으며 네 가지 국가론(플라톤의 목적론적 국가론, 홉스의 국가주의 국가론, 로크와 밀의 자유주의 국가론, 마르크스의 도구적 국가론)을 하나씩 짚어준다. 개정신판은 기본적으로 초판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기에 이런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국가론 담론을 소개하는 고전적인 입문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유시민의 말처럼 지금 중요한 것은 국가를 보는 다양하고 세밀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저자는 정치인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 바뀌어가는 동안 국가를 보는 눈 또한 달라졌고, 지금의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국가론이 무엇인지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초판에 넣었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주장, 국가와 정치를 분석하는 부분을 모두 다 걷어냈다. 국가는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성 대신 국가를 보는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음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했다. 개정신판에서는 좀 더 균형 잡히고 명료한 유시민의 국가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은 초판 서문에서 2009년 용산참사를 계기로 국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명박 정부 3년차에 벌어졌던 용산참사는 국가, 정부, 공권력이 무엇인지 거듭 질문하게 했고 수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한국 사회에는 순위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졌다. 4대강 사업,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백남기 농민 사망,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우리는 여느 영화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일들을 매일 보고 겪는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모두 ‘국가’, ‘정부’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도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거나 쉽게 잊는다는 데 있다. 유시민은 개정신판에서 2011년 초판 이후에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던 그간의 일들을 곳곳에 채워 넣었다. 비판하고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 기억해내어 그 뒤에 그림자처럼 자리한 국가의 모습을 똑똑하게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유시민이 개정신판을 작업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16년 10월 24일 JTBC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서다. 여기서 유시민이 주목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보다 거기에 분노하고 개탄한 국민 수백 만 명이 광장에 모여 16차례나 다함께 촛불을 들었다는 데 있다. 2016월 12월 9일 대통령 탄핵이라는 화살은 쏘아졌지만, 속 시원한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무응답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 거기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체념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야 한다. 유시민이 개정신판에서 6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훌륭한 국가, 정의로운 국가에 살고 싶다면 시민 각자가 더 훌륭해져 한다는 것. 국가의 무능에 한탄하느라 모든 힘을 쓰기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당신의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좀 더 훌륭해져야 한다.

    어떤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정의를 실현할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혼자 힘으로 훌륭한 국가를 만들지는 못한다.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이다. 어떤 시민인가? 자신이 민주공화국 주권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된 것과 똑같은 무게의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이다. 주권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이며 어떤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이다. 그런 시민이라야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맺음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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