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31일 물러난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의 퇴임사는 의외로 밋밋했으나 다시 한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조속한 결론'을 강조했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박한철 헌재 소장은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철 소장은 지난 2013년 4월 12일 취임사에서 "헌재는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의 취임사대로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방향 제시를 위한 그 길잡이 역할을 나름대로 충실히 해 왔다는 평가를 해도 될 것 같다.
박 소장의 퇴임으로 이제 헌법재판소는 8인의 재판관으로 운영되는 비상 상황을 맞게 됐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에게 '헌재 재판관 임명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나 소위 씨알이 먹히질 않는 궤변으로 난타당하고 있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특히 박 소장이 후임 없이 퇴임함에 따라 1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번째 변론부터는 이정미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2월 말에 하든, 3월 초에 하든, 인용을 하든, 기각을 하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촛불 세력과 태극기 세력 사이에 큰 충돌이 없었다. 다만 지난 7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는 한 승려가 박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분신해 사망했고 설날이던 지난 28일에 60대의 '박사모' 회원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그러나 탄핵 심판의 인용이냐? 또는 기각이냐?의 여부에 따라 어떤 양상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결정 시점도 차기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월 7일 11차, 2월 9일 12차 변론까지 증인신문을 확정해 놓은 상태여서 추가 변론일정을 잡지 않는다면 3월 초 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일정에 반발해 그동안 논의해 오던 법률대리인단의 집단 사임 여부를 1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조속한 탄핵심판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대리인단 전원 사임을 놓고 박 대통령측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건에 대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오로지 헌재에 달려 있다. 법치주의 체제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촛불도 태극기도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
헌재(憲裁)는 지금까지도 의도성이 짙은 여러 가지 방해 행위를 단호히 차단해 왔으나 결정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거센 비 바람과 눈보라가 불어닥칠 것에 대비해야 한다.
설사 박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들이 집단 사임할 경우에도 국선변호사를 임명해서라도 변론을 강행하는 등 헌재는 끝까지 흔들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법관은 판결로 말해야 한다'는 법언(法諺)이 있듯이 헌재 재판관들은 남은 기간동안 오로지 신속하고 공정한 심리를 통해 역사적 판결을 완성시키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박한철 소장도 31일 "국민들께서도 헌법재판소의 엄정하고 철저한 심리를 믿고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마지막 당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