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진=이한형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전 개헌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정치권에 제안했지만 야당은 물론 범 여권에서도 부정적이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반 전 총장의 기자회견 직후 한 언론에 출연해 "그런 말씀을 들어오자마자 하셨어야 하고 방식도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 "(개헌연대가) 좋은 말씀이지만 절차에 있어서 예의도 있는 것인데 불쑥 기자회견을 해서 하겠다고 하면 예의가 되는 얘기인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도 "개헌연대라는 명분은 좋지만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반 전 총장은 개헌연대를 제안하기 보다 자신이 경선을 어디서 할 것인지를 빨리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 전 총장의 제안에 대한 야당의 입장도 부정적이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고육지책을 쓰는 것인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도 "반 전 총장은 정당 대표도, 국회의원도 아닌데 개헌 관련 기구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개헌 논의는 외부 기구가 아닌 국회 내 개헌특위에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일축했다.
대선주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국민의 요구와 동떨어진 정치권만의 이합집산에는 관심이 없다"며 "국민은 지금 개헌이 아니라 개혁을 원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제윤경 의원은 "단지 큰 자리에 계셨다는 유명세만 갖고 억지스러운 통합을 말하는 건 작위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안희정 지사 측 대변인 격인 박수현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은 개헌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구체적인 모습부터 밝혀야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반 전 총장이 '개헌협의체'와 '촛불 변질'을 동시에 말하는 건 모순"이라며 "정략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개헌협의체는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용주 의원도 "개헌문제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헌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도 "대선 전 개헌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에는 일정부분 공감한다"면서도 "국정농단 세력인 새누리당을 제외하지 않는 것과 권력구조만 바꾸자는 좁은 개헌에 머물고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