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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일장춘몽 대권 해프닝에 상처난 韓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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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 일장춘몽 대권 해프닝에 상처난 韓외교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정치 교체'를 내세우며 대권 도전에 나섰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꿈이 불과 20일 만에 물거품이 됐다.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이란 화려한 타이틀로 뒤로 한 채 융숭한 환대를 받으며 올해 초 입국했을 때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그는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됐다"고 말했다. 혹독한 검증과정에서 겪은 개인적 실망과 상처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비정치인이라는 신선함은 일견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대선 후보로서 치러야 할 혹독한 검증과정에 대한 각오와 준비는 거의 무방비 상태였음이 바람몰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뛰어난 외교관이었을 수는 있지만 정치인으로선 순진하리만큼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박연차 금품 수수설'과 '동생·조카 뇌물 공여혐의' 등이 터지며 청렴한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데다 '신천지 연루설'까지 전방위로 발목을 잡는 일이 늘어났다.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 당시 모습.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선 후보로서 정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미지 관리에도 실패했다.

    귀국 직후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외제 생수'와 '지하철 개찰구 2만원' 해프닝을 만들며 구설수가 되는가 하면 '턱받이·퇴주잔' 해프닝에 미흡하게 대처하며 논란을 키웠다.

    이후에도 '1일 1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반 전 총장은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등 각종 현안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도 "나쁜 X들"이란 막말로 대선 후보 자격에 대한 시비까지 자초했다.

    대선 승리의 관건으로 여겨졌던 청년들의 표심 확보에도 아무런 전략이 없는 것처럼 비쳐졌다.

    반 전 총장은 개인과 가족 뿐만 아니라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같은 우려는 그의 대선 출마 선언 이전부터 각계각층에서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이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해석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각 국가의 기밀을 관리하는 단체장으로서 임기가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면 정부의 어떤 요직도 맞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유엔 결의안을 무시한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知足不辱), 그칠 줄 알면 어려움이 없다(知止不殆)"고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칠십줄에 들어선 반 전 총장이 대권을 욕심내기 보다는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 때에 존경받는 원로로서 음지에서라도 한국 외교의 나침반 역할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의 정치판 탈출이,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아온 전문성과 유엔수장으로 봉직하며 쌓은 국제적 경륜까지 날려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인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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