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전CBS는 가정과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가출·비행청소년'이라는 편견 속에 더욱 움츠러들어야 했다. 만약 사회가 편견 대신 관심과 도움을 준다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질까? 대전CBS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편견을 딛고 비상(飛上)한 아이들의 사례를 매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대전가정법원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가진 학교 밖 청소년 축구팀 '훈토스'. (사진=훈토스 제공)
지난달 24일 충남대 운동장. 하얀 눈밭을 요리조리 움직이던 축구공이 멋지게 골망을 갈랐다. 친구들의 환호 속 최다빈(19)군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자가 된 뒤, 방황의 길로 접어들었다. 친구를 따라 비행을 저질렀다 법원에서 6개월간 사법형 그룹홈인 청소년회복센터에서 감호위탁 처분을 받게 됐다.
다빈군이 다시 웃게 된 것은 축구공 때문이다.
"축구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빈군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 축구팀 '훈토스'를 통해 잠시 접어둬야 했던 자신의 꿈을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다빈군은 "외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저에게는 가족 같은 축구팀"이라며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창단한 축구팀 '훈토스'에 속한 14명의 선수들에게는 다빈 군과 같은 사연들이 숨어있다. 폭력·절도 등으로 청소년회복센터에 거주 중인 청소년을 포함해 학교 밖 청소년 14명이 뛰고 있다.
스페인어로 '동행'이라는 뜻을 가진 훈토스(JUNTOS). 탈선과 범죄에 노출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다시 세상과 동행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청소년회복센터와 유성꿈드림센터, 경찰,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이 힘을 모았다.
학교 밖 청소년 축구팀 '훈토스'. (사진=훈토스 제공)
이들 기관들은 훈련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도 하고 있다. 훈련 코치를 맡은 대전시티즌은 훈토스에게 프로선수와 같은 유니폼을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성강변풋살장에 이어 올해는 이주욱 충남대 교수를 통해 충남대 운동장을 빌려 일주일에 한 번씩 훈련을 하고 있다.
훈토스 축구팀의 신동훈(19)군은 훈련 시간을 "가장 소중하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색했는데 이제는 사회에서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동훈군은 말했다.
훈토스는 친선 축구대회 등을 통해 사회와의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대전가정법원 축구팀과 가진 경기에서는 5대 3으로 승리하는 등 실력도 상당하다.
아이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청소년회복센터의 장부환 목사는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성취감과 자존감을 느끼고 인생에서 새로운 목표도 갖게 됐다"며 "창단한 지 반 년이 채 안 됐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