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비선 실세'를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가 6일 자신의 재판에 불리한 진술을 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설전을 벌였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끝나자 최 씨는 재판부에 직접 증인인 이 전 총장에게 질문을 하겠다고 요청했다.
최 씨는 "다른 죄는 다 받겠는데 이건 너무 억울하다"며 "고영태 씨가 이 전 총장이 전에 녹음한 파일들을 공개한다고 하니 만나 달래서 나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미르재단이 최 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다. 이 전 총장은 지난해 8월 한강 반포주차장 내 차 안에서 최 씨와 만나서 나눈 대화를 또 녹음했었다. 이 자리에서 최씨가 "차은택 씨에게 전부 책임을 떠넘겨야 언론에서 문제 삼지 못한다'는 취지로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 씨는 "고 씨가 녹음할 우려가 있으니 휴대전화를 모두 모아 자신의 차에 갖다 둔다고 했는데 어떻게 녹음을 한 것"이냐고 이 전 총장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 전 총장은 "주머니에 별도로 녹음기를 갖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최 씨는 "계획적으로 갖고 온 것이지 않느냐"고 이 전 총장을 몰아 세웠다.
하지만 이 전 총장은 "녹음하려는 건 계획적이었다"며 "본인이 나를 미친X이라고 생각하니까"라고 받아쳤다.
최 씨는 "나는 미친X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최순실의 '비선 실세'를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 전 총장은 "왜 언론에다가 저를 미친X이라고 했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 씨는 "이 전 총장이 한미약품에 컨설팅을 했지만 돈을 안 줘서 소송을 하게 됐다고 했다"면서 "변호사 비용이 없으니 고속도로변에 있는 땅을 사주던지 5억 원을 주라고 하지 않았냐"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장은 "고 씨한테 한 얘기를 헷갈리는 것 같은데 아니다"며 최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최 씨가 다시 "5억 원 한미약품 얘기 저한테 한 적 없느냐, 절대 없느냐, 하늘에 맹세하고 없느냐"고 세 차례나 추궁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은 세 차례의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했다.
앞서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이 전 총장은 당시 녹음을 한 배경에 대해 "최 씨를 협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을 우려해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