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조업 중단 1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사진=박종민 기자)
개성공단 중단 1년을 맞아 재가동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단 재발 방지책 마련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지만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 피해기업 "공단 재개 논의 촉구"9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93%가 공단 가동이 재개된다면 재입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밝혔다.
비대위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67%의 기업이 재입주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26%의 기업은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개성공단이 재개되더라도 재입주가 힘들거나,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한 입주기업들은 7%에 불과했다.
비대위는 공단 중단으로 실물자산 피해 1조원과 2000억 원 규모의 영업권 손실과 2500억원 규모의 영업순손실을 합쳐 총 1조 4500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입주기업 3분의 2가 개성공단 재개를 원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재검토되고, 공단 재개를 위한 논의가 시급히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유력 대선주자들, 개성공단 재가동 공약유력한 대선주자들도 각자 온도차가 있긴 하지만, 재가동에 무게를 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은 조속히 재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자체가 원천 무효라면서 즉각 재가동을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라는 전제 조건을 달고 개성공단 재개를 약속했다.
보수 쪽 후보들은 '공단 재개’에 사실상 조건을 달았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비판해온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재가동의 전제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 진전'을 내세웠다.
같은 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빠른 재가동을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을 전제로 내걸었다.
◇ 정부, 개정공단 재가동에 부정적 입장 표명통일부는 북한의 비핵화 노력 등 태도 변화가 없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의지만으로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사회가 전례없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올바른 태도변화를 위해서는 대북제재·압박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있고, 자칫 외교적 왕따를 자초할 수 있다며 공단 재가동에 부정적 입장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핵개발 전용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현 상황 하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 대북정책의 일관성 확보가 관건개성공단이 우여곡절 끝에 재가동에 들어간다 해도 정상 운영될 때까지 선결돼야 할 조건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두 번이나 폐쇄 조치를 겪은 만큼 중단에 대한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경남대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개성공단 관련 토론회에서 공단이 다시 열린다 해도 북한이 추가도발하고 추가제재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다시 공장을 가동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발 방지책 마련과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에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 하지 않는 대북정책의 일관성 확보하는 일이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북한에 대한 안보적인 지렛대로 또는 안보적인 어떤 압박수단으로 얘기하게 되면 우리는 통일에 대해서 국제사회에 얘기할 게 없다"며 일관되지 못한 통일부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다른 진영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로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생각만 가지고 정책을 취해버린다"며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정책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개성공단 중단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대북정책 추진 일관성 결여로 인해 대외 신인도 하락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대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