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수도권인 경기 연천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이 구제역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CBS노컷뉴스는 구제역 공포가 휘몰아친 지역 세곳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전한다. [편집자 주]
(사진=장나래 기자)
올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본 충북지역은 설상가상 구제역까지 덮치면서 축산 농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올겨울 국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는 적막감만 감돈다.
일반 사람들의 왕래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소에서 긴장감 속에 몸을 놀리는 방역 종사자들의 움직임만 눈에 띌 뿐이다.
지금까지 보은에서는 마로면 젖소농장과 탄부면 한우농장 등 2개 발생 농장을 비롯해 항체 형성률이 낮은 4개 주변 농장 등 모두 6개 농장의 젖소와 한우 등 380여 마리가 살처분 매몰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은 자식처럼 기르던 소를 땅에 묻은 농장주는 물론 이를 바라본 주변 축산인들도 매한가지다.
(사진=자료사진)
맹주일 전국한우협회 보은군지부장은 "짐승 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이나 송아지나 똑같다"며 축산 농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신관우 충북낙농협동조합 조합장은 "마로면 첫 발생 농장은 충북 젖소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소를 배출하기도 했던 곳"이라며 "얼마나 신경 써 사육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을 소홀히 했을 것이라며 구제역 발생을 농가 책임으로만 돌리려는 듯한 방역 당국의 태도가 농민들은 원망스럽기만 하다.
축산농 강 모(56)씨는 "농민들은 정기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데, 관에서는 항체 형성이 안됐다고 책임을 떠미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농 최 모(36)씨도 "물백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또 백신을 맞추라고 한다"며 방역당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구제역 백신 접종 (사진=충북도 제공)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지역뿐 아니라 도내 다른 시·군의 축산농민들도 구제역 확산 공포에 일손을 잡지 못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청주시 북이면에서 축산업을 하는 박 모(57)씨는 "모든 게 올스톱"이라며 "구제역 때문에 축산인들의 정기 모임도 다 연기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축산농 변 모(42·청주시 내수읍)씨는 "서로 불신하고 불안해하며 축산농끼리도 서로 안 본다"면서 "지금은 백신 놓고 소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에 앞서 AI로 108개 농장, 392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는 최악의 피해를 본 충북에서는 잇따른 가축 전염병에 농민들의 마음에 피멍이 들고 있다.
충북 가축 방역당국은 도내 우제류에 대한 일제 긴급 백신 접종에 나선 가운데 항체가 형성되는 기간을 고려해 앞으로 1주일 정도가 구제역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